드라마앤컴퍼니 사람들의 이야기 #3
리멤버 마케팅팀의 김민정 매니저는 이전에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 TBWA에서 일했다. 마케터로서 값진 경험을 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들이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대행사'라는 특성상, 가끔은 제품의 가치에 대해 의문이 들더라도 확신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제품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마케터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김민정 매니저는 ‘내가 정말 자랑할만한 제품'을 제대로 한 번 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회사에서 마케터로서의 역량은 열심히 쌓았으니, 정말 자신이 아끼는 제품만 만난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 직장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이름이 ‘리멤버'였다.
“처음에는 리멤버가 어떤 서비스인지도 잘 몰랐어요.”
김민정 매니저는 면접 전에 대행사에서 했던 것처럼 서비스를 연구했다. 앱 마켓의 리뷰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리멤버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앱 마켓의 리뷰도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리멤버 사장(대표) 님을 만나면 절이라도 하겠다’라든지, ‘유료라도 기꺼이 쓰겠다' 등의 서비스를 찬양하는 리뷰가 넘쳐났다. 주변에서는 자기 일인 것처럼 나서서 지원을 권유했다. “쓸만한 앱인가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차 면접을 보고 통과한 뒤 리멤버의 최재호 대표를 만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멤버에 대해 100% 확신은 없었다. 대표 인터뷰에 대해서도 채용 확정을 위한 형식적인 자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20분쯤 가볍게 얘기하다 끝나겠지"
그런데 면접 시간은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대표님이 일어나더니 ‘민정님도 궁금할 테니 저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비전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죠'라고 하더라고요.”
최 대표는 리멤버가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칠판에 적으면서 설명했다.
‘지금 우리 위치가 여기인데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이고,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거고…’ 회의실의 화이트보드를 꽉 채울 정도였죠. 마치 대표님이 저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리멤버는 유틸리티 서비스에 그치려 하지 않았다. 명함으로 연결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안기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CEO는 이에 대해 면접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설명했다. 지원자가 서비스와 비전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그렇게 확신을 가진 채 합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제품에 의문이 있는 마케터는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졌더라도, 마케팅 툴 활용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일할 맛도 안 난다. 반대로 제품의 가치를 확신하는 마케터는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다. ‘이 좋은 제품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알아서 커진다. 김민정 매니저는 이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저들의 반응과 대표 면접을 통해 리멤버에 대한 확신을 10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합류를 결심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품에 대한 확신 외에도 ‘마케터' 김민정을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대행사와의 관계도 일반적인 경우와는 좀 달랐다. 일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리멤버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숨김없이 공유했다. 그리고 TV CF 캠페인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시간당 가입자 수치까지 대행사 담당자와 공유했다. 리멤버의 캠페인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금까지 내가 만든 광고에 대한 성과를 이렇게까지 공유 받은 적은 없었다. 내 일의 성과를 알 수 있어서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행사에게 세세한 수치까지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보통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어딘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이 바닥을 아는 저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방식이었죠.”
리멤버는 왜 이렇게 할까. 김민정 매니저는 이 조직이 ‘일을 잘 되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함께 일을 한다면, 우리는 ‘한 팀'이어야 한다는 기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요. 한 팀에서 하나의 목표를 두고 협업을 하는데 한 쪽만 제한된 정보를 갖고 있는 일은 없잖아요. 그렇게 하면 균형이 맞지 않게 되고, 결국 일을 하는 데도 방해가 되죠. 마케터인 제가 아는 것과 대행사 담당자가 아는 것의 차이를 좁히려 노력하고, 최대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해요. 다른 모든 요인을 뒤로하고 목표를 이루는 것에만 집중하려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게 기본적으로 이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고, 저는 그 방식이 좋아요.”
리멤버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토론과 고민을 많이 한다. ‘하던 대로’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관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기도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면 아무래도 더 힘들다. 하지만 문제 해결과 상관없는 일에 힘을 쏟는 경우는 잘 없다. 김민정 매니저는 이런 방식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마케터가 된 지 7년이 넘었어요. 가장 힘들었을 때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가 마케팅해야 하는 제품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을 때, 그리고 문제 해결과는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이 없어서, 그만큼 제가 맡은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있어서 일할 맛이 나요.”
리멤버의 가입자는 2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누적 등록 명함 수는 1억 2천만 장이 넘는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뒤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김민정 매니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안 되지만, 맹목적인 확신은 위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리멤버를 쓰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리멤버가 정말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만큼 훌륭한가'에 대해 의심하고, 반문하려고 해요.' 지금도 좋은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리멤버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는 훨씬 크니까요. 유저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확신에 갇혀버리면 성장이 멈출 수도 있잖아요. 저는 리멤버를 널리 알리는 일이 끝까지 가치 있는 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