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커뮤니티 이야기 #69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강퍅한 성미의 리더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팀원들에게 주 90시간 근무를 강요하고 타 부서와의 경쟁을 부추기는 등 독선적이고 통제 불가한 리더십 탓에 자기가 세운 애플에서 방출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애플에 복귀해 결국 엄청난 성과를 이룩해낸 리더로 기억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죠. 잡스는 독단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천재적 기질을 발휘해 조직을 단숨에 성공 가도에 올려줄 것만 같은 리더십의 표상이기도 한 겁니다.
잡스 같은 걸출한 인물은 극히 드뭅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리더십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은 많죠. 이번 주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CEO 회원님의 고민도 비슷한 리더 유형의 팀장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추진력도 있고 사업 성과도 내고 있지만, 독단적인 면모 때문에 직원들이 튕겨져 나간다는 것인데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커뮤니티 회원님들은 어떤 조언을 남겼을까요?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강압적인 팀장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까요?
조직은 성과로 말합니다
회사 조직의 제1 목표는 사업 성공으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시대가 많이 지났지만 이는 불변하는 기업의 원칙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해당 팀장이 사업 성과를 내고 돈을 벌어다주고 있다면 일을 잘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팀장 혼자만의 성과는 아닙니다. 팀장이 제시한 고난도 목표에 동의하는 동료들이 협업해 만들어낸 성과이겠죠. 일단 이 팀장이 이끄는 조직의 성과가 확실하게 지속적이라면, 그 팀장에게 얼라인될 수 있는 사람들을 미리 검증해 붙여주도록 하세요. 사업 성과를 내는 게 어려운 만큼, CEO 입장에서도 까다롭겠지만 더욱 섬세하게 동료들을 고르고 붙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지표만이 중요한 게 아닌 시대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팀장과 완전히 얼라인된 조직원을 붙여주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엔 팀장의 리더십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비용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젠 “평생직장은 옛말이다"라는 말조차 옛말이 됐습니다. 이제는 손 안의 휴대폰 속에서 이직처를 고르고 결정할 수 있는, 이직이 너무나 쉽고 잦은 시대가 됐습니다. 인재를 뺏고 뺏기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죠.
기존의 군기 잡기식 단순한 개념의 조직 관리만으론 부족합니다. 강압적 팀장이 그 추진력으로써 성과를 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이탈한 직원들의 자리에 새 직원을 뽑고 교육하고 적응시키는 데 큰 비용이 발생하며, 장기적으로는 구직 시장에 기업문화가 나쁘게 전해져 양질의 인재가 유입하지 않는 파생 비용이 발생합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는 쉽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때문에 더 멀리 내다보는 CEO로서는 팀장의 '성과'도 재정의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팀장의 성과는 단순히 실무적 지표에만 갇힌 게 아니라, 인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더 유능하다면) 나아가 회사에 더 다니고 싶게끔 조직을 관리하는 영역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명확한 시그널을 주세요
앞으로 조직에 필요한 부분을 다면적으로 고려하고 팀장의 성과를 재정의하셨다면, 그다음은 이제 확실한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길입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강력한 피드백은 인사와 연봉 협상입니다.
이때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피드백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조직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해도 단기적 성과에 눈이 밟혀 해당 팀장에게 높은 연봉과 승진을 안겨준다면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이익 볼륨을 키우는 쪽으로 행동하는 게 인간이거든요. 조직 관리도 보여주기 식으로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사한 그 녀석은 자세부터 글러먹었다" “의지가 없어 개선의 여지부터가 없었다" 등 변명과 함께 말입니다.
조직 관리도 유의미한 목표로서 던져주세요. 진짜 유능한 팀장이라면 자신을 점검하고 조직 관리도 더 유능하게 해낼 겁니다. 그에 미치지 못하면 꾸준히 네거티브한 피드백이 있어야 하고요.
스티브 잡스, 알고 보면 섬세한 리더?
앞서 말씀드린 잡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미국서 출간된 스티브 잡스 평전 '스티브 잡스 되기(Becoming Steve Jobs)’에 따르면 잡스가 애플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의외로 참을성과 혁신에 대한 존중이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실 애플에서 쫓겨난 후 잡스는 야인으로 지내는 동안 절제와 겸손을 배웠습니다. 이는 훗날 애플로 복귀한 잡스가 동료들과 함께 아이폰 신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잡스의 대성공은 어쩌면 유능하면서도 타고나길 강퍅한 관리자가 훗날 절제와 헌신을 겸비했을 때 나타난 결과물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그저 헌신만 하는 유순한 관리자도, 강짜만 부리는 괴팍한 관리자도 아니었단 말이죠. 조직을 멀리서도 봐야 하고, 가까이서도 봐야 하는 CEO로서는 새겨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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