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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멤버 Nov 13. 2018

인생의 첫 명함을 꺼내봅시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있죠!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있죠. 제게도 낡은 노트 하나가 있습니다. 처음 인터뷰어로 활동할 때 들고 다니던 물건입니다. 거창한 취재를 한 건 아니지만 그때의 경험은 저를 콘텐츠의 세상으로 이끌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죠. 그 노트를 보면 언제나 첫 취재의 떨림이 떠오릅니다. 제가 뭐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는지, 처음의 각오는 무엇이었는지 되뇌게 되죠. 일이 힘들거나 재미없어질 때마다 저를 붙들어주는 보물입니다.

고작 3년 차지만 꼴에 선배라고 가끔 후배들의 고민 상담을 해줍니다. 요즘 취업이 많이 어려워요. 동생들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찾아옵니다. 정말 힘들겠죠. 대부분 '소속이 없는 시기'는 처음이니까요. 언제나 학교라는 소속과 학생이라는 신분이 있었는데 어딜 가도 '취준생'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정하고 막막합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죠.

그래도 최근에는 취업에 성공한 후배들이 꽤 생겼어요. 다시 몸 담을 곳을 찾아서인지 얼굴이 밝습니다. 신입사원 동생들은 꼭 명함을 꺼냅니다. 사실 저는 그 친구들의 명함은 필요 없죠. 이름도, 회사도, 전화번호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받고, 꼼꼼히 보고, 축하한다고 말합니다.



밝은 표정의 동생들을 보면서 어두운 취업 준비생 기간을 거쳐 첫 직장에 들어갔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합격 소식을 들은 순간, 첫 출근길의 떨림, 정신없이 지나간 첫 일주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이 뚜렷한 건 첫 명함이 나온 날이에요. 그때 명함 제작 업체에 문제가 생겨서 입사 후 3개월 뒤에야 명함이 나왔습니다. 취업의 기쁨은 사그라든 지 오래였는데도 명함을 받은 순간 정말 신나더라고요. 제 이름 세 글자와 회사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는 종이 쪼가리가 좀 거창하게 말하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충만한 소속감, 어엿한 신분이 손에 잡히니까요. 직무 특성상 명함을 주고받을 일이 별로 없는데도 한 달만에 반 통을 다 썼던 기억이 나네요. 모임에 나갈 때마다 제 이름과 번호를 이미 다 아는 지인들에게 명함을 뿌렸죠. 그냥 그 행위 자체가 좋았어요.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명함에는 뭔가 상징적인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로 드디어 입문' 같은.

이제 막 취준생 신분을 벗어난 신입사원 동생들도 명함을 받고 같은 기분을 느꼈겠죠. 그래서 표정이 밝았을 겁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명함을 딱 꺼냈을 겁니다. 이런 생각에 닿아서 저도 책상 서랍 깊숙이 박아뒀던 첫 직장의 명함을 꺼냈습니다. 새삼스러워 보였습니다. 첫 출근 날 속으로 되냈던 다짐도 생각났고요.

물론 취업의 기쁨은 잠시 뿐입니다.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죠. 상상도 못 한 어려움과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꼴도 보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명함도 비즈니스를 위한 매개이지 더 이상 취업 축하를 받기 위한 것은 아니죠. 막 취업한 후배들도 조금만 지나면 선배에게 자랑스럽게 명함을 꺼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명함을 다시 꺼내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명함은 의미가 큰 것 같거든요. 힘든 시간을 마침내 끝내고 마침내 첫 발을 디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를 가득히 담고 있는 물건. 그리고 명함은 지금 걷고 있는 길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뭐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는지, 처음의 각오는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게 해 줍니다. 어쩌면 다음 나아갈 길을 비춰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낡은 노트처럼요.


드라마앤컴퍼니 PR & communication팀 정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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