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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멤버 Dec 12. 2018

우주인 고산을 제조업에 뛰어들게 만든 ‘연결들’

그가 겪어온 만남들의 이야기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우주선 발사 한 달 전 예비 우주인으로 교체됐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근무하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떠났다.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 대학(Sigularity University)의 기술 창업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이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다니다 중퇴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기술 창업 지원 비영리 법인과 하드웨어 스타트업, 중소기업에게 시제품 제작과 제품 양산을 서비스하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에이팀벤처스 고산 대표의 이야기다. ‘우주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모습에서 ‘우주인’이 쉽게 연상되지는 않는다. 그는 어떤 계기를 거쳐 제조업에 뛰어들게 됐을까. 고산 대표는 우주인 양성 사업에서부터 시작된 만남들로부터 나아갈 길을 찾았다고 했다.



에이팀벤처스 고산 대표


한국우주인배출사업에서 만난 사람들


3만 6천 대 1.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의 경쟁률이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인, 과학자, 엔지니어, 천문학자 등 과학 기술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였다. 고산 대표는 치열한 선발 과정을 뚫고 최종 선발됐다. 그러나 우주선 발사를 한 달 앞두고 유출이 금지된 교재를 반출했다는 이유로 예비 우주인으로 강등됐다. ‘우주 관광객'이 아닌 ‘우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이 타게 될 우주선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자 했을 뿐이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결국 우주선에 몸을 싣지 못했다. 그에게는 ‘비운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고산 대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주인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세계를 봤기 때문이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 ‘과학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열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상상도 못할 만큼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었죠.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 밖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했습니다. 본 적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고산 대표는 그 현장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 책임도 느꼈다. 그래서 한국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책 관련 일을 하고자 했다.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이 끝난 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과학 정책과 국제 협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한 이유다.



싱귤래리티에서 만난 사람들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입학하기 전, 고산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 대학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싱귤래리티 대학은 미래 과학 기술을 사업화하는 벤처 창업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30개국에서 80여 명 만을 뽑는다. 고산 대표는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싱귤래리티는 우리 말로 ‘특이점'인데, 과학 기술이 폭발적 성장단계로 도약해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말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미래’를 보고 있었습니다. 18세에 MIT 박사 학위를 딴 사람,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 국방성에 매각한 사람 등 벤처기업가, 발명가, 공대생, 경영학도가 교육생으로 참가했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CTO 등 첨단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교수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이 뛰어난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바꿀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말하고 있었죠. 비즈니스는 시장 경제 속에서 비전을 지속 가능하게 풀어낼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싱귤래리티에서 고산 대표는 ‘비즈니스'의 힘을 깨달았다. 그가 ‘창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지금 수장을 맡고 있는 에이팀벤처스의 초기 사업모델 ‘3D 프린터'를 처음 만난 곳도 싱귤래리티였다.



케네디 스쿨에서 만난 사람들


고산 대표는 싱귤래리티 창업 프로그램을 마치고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학과에 입학했다. 그곳은 싱귤래리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싱귤래리티가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면 케네디 스쿨에는 ‘정책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민단체, 지자체, 중앙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어요. 사회 문제를 어떤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봤죠. 싱귤래리티와 케네디 스쿨의 사람들은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방법을 고민했어요. 방법이 달랐을 뿐.”





세 개의 네트워크가 열어준 길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1년 만에 중퇴하고 한국에 돌아온 고산 대표의 행보에는 그가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싱귤래리티 대학,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로부터 느낀 점들이 녹아있다.
 
먼저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우주인들과 함께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알았고, 싱귤래리티 대학에서 연수를 받으며 기술 기반 비즈니스가 꼭 필요하단 걸 알았죠. 우리나라에도 이를 도와주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타이드 인스티튜트’입니다.”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다.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최신 과학기술 트렌드를 공유한다. 또한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또 다른 파트인 ‘팹랩 서울'은 스타트업의 하드웨어 설계와 제작을 지원하며 메이커(Maker)를 육성하고 있다. 이제는 사업이 확장돼 미얀마, 키르키즈스탄 등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을 정도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면서 아이디어의 빠른 검증과 구현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고산 대표는 싱귤래리티 대학에서 처음 마주했던 3D 프린터를 떠올렸다. 좋은 품질의 3D 프린터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2014년 7월 ‘에이팀벤처스’를 설립했다.  스테디셀러인 ‘크리에이터블 D3’를 직접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제품을 직접 제조한 경험 덕에 제조업에 주목하게 다. 한국은 제조업으로 일어선 국가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제조업은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보려 해도 설비와 공장이 없는 사람들은 만들어낼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생산이 어려운 사람들이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고, 제품을 만들려는 사람과 만들어주는 사람을 연결해 ‘제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현재는 3D 프린팅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 기술로 시제품부터 양산까지 제공하는 제조 플랫폼 ‘크리에이터블’ 제조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있다.
 
“우주인 사업, 싱귤래리티 대학,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미래'를 봤다고 생각해요. 그걸 보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찔한 얘기잖아요. 누군가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는 건.



‘연결’, 에이팀벤처스의 ‘본질’


에이팀벤처스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크리에이터블'을 주력 사업으로 고 있다. 기업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도면을 크리에이터블의 온라인 공간에 업로드하면 제조사를 연계해 제품, 부품, 시제품을 빠르게 설계, 양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과 ‘제품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파트너십을 맺은 3D 프린팅, CNC 정밀가공, 후가공, 금형사출 업체만 70곳이 넘는다.
 
‘제조업 네트워크'를 만들어 누구나 뭐든지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비슷한 MaaS(Manufacturing as a service)라는 컨셉도 창안했다. 혁신적이지만, 여태껏 아무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개념이다.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산 대표는 지금껏 쌓아온 연결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저도 다양한 경험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진 네트워크는 때로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도 하죠. 그리고 네트워크는 참여하고, 유지하다 보면 점점 불어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쌓아온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철학 때문에 에이팀벤처스는 ‘하드웨어 얼라이언스’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를 주최한다. 2017년 2월부터 격월로 진행한 이 행사는 벌써 누적 참가자가 700명이 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행사 중 꽤 큰 규모의 행사로 성장했다.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실패를 줄이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게 제조를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 덧붙였다.
 
그가 목표로 하는 ‘제조업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제조업체들만 모여 있어서는 부족하다.  ‘정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가 우주인 생활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운 교훈이다.
 
“궁극의 연결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업체와 고객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들도 에이팀벤처스의 비전에 공감해 이 ‘제조업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은 에이팀벤처스가 되는 것이 목표고요.”
 
‘연결'은 고산 대표의 커리어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보인다.
 
수많은 연결을 거쳐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싱귤래리티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각, 행동부터 에이팀벤처스를 같이 시작한 동료들, 사업에 조언을 준 사람들, 사업을 확장하며 만난 고객사들 모두 연결되어 있죠.”




연결을 관리하라


네트워크는 곧 사람들의 연결이다. 고산 대표는 어떻게 사람을 관리하고 있을까. 2년 전, 고산 대표는 명함관리 앱 리멤버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9,000장의 명함을 한 번에 등록하다가 앱이 다운됐었기 때문이다. 리멤버의 직원이 직접 에이팀벤처스에 찾아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
 
“네트워크가 너무 커지니 관리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리멤버로 관리하려고 한 장 한 장 9천 장을 찍었는데, 이렇게 많은 명함을 한 번에 입력한 사람은 전에 없었나 봐요.”
 
고산 대표가 ‘네트워크 관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일화다.
 
명함 한 장이 곧 하나의 연결이고, 네트워크예요. 관리를 안 하면 안 되죠. 지금까지의 길을 걷게 해준, 앞으로 나아갈 길도 열어줄 자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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