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리멤버 라이브' 하이라이트
전문 투자자들 앞에서 세미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음 편하게 시작했다가 땀 뻘뻘 흘리며 끝난 방송이었지만,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이자 ‘리멤버 나우'의 필진으로 참여 중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라이브 방송을 했습니다. 100여 분이 방송에 참여했고,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이날의 리멤버 라이브는 이미 방송과 강연에는 정평이 난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에게도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의 라이브 방송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전문 투자자들 앞에서 세미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질문이 흥미로웠습니다. 질문의 수준이 워낙 높다 보니 등이 다 젖을 정도로 긴장하기도 했지만, 적당한 긴장이 주는 즐거움도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이 만성적인 저성장을 겪는 이유, 디노미네이션 이야기 등 질문의 주제가 다양했던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시작했다가 땀 뻘뻘 흘리며 끝난 방송이었지만,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경제를 예측하려면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홍춘욱 박사의 방송에서 오간 이야기 중 일부를 추려 전합니다.
먼저 홍춘욱 박사의 짧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세션이 시작됐습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러 경제지표들이 ‘불황의 신호 아니냐’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습니다. 3개월 만기 채권보다 10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낮아진 거죠. 이는 과거에도 불황의 신호였습니다. 빨간 박스로 표시된 부분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구간인데, 그 이후에는 회색 음영으로 처리된 부분이 불황이 출현한 시기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또다시 불황이 찾아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98년이나 06년처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었지만 불황이 안 온 적도 꽤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 이틀 단기간 역전된 현상에 의해 나온 불황 예측은 틀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꼭 불황의 신호는 아니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시기가 ‘장기간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현상은 불황의 신호탄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장단기 금리가 계속 마이너스로 가는지를 주시하세요.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가 빠질 여지가 없는지도 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담보 금리가 빠지고 나서 경기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오히려 부동산 지표가 더 뚜렷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QnA
Q: 국내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이고, 올해는 토지보상을 통해 풀리는 돈도 많다는데 부동산 물가를 잡겠다며 시장에 더 많은 돈을 푸는 정부의 행동은 모순 아닐까요.
A: 저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금리만 있는 건 아니에요. 부동산 시장은 크게 세 가지로 움직입니다. 첫째는 공급, 둘째가 금리, 셋째는 소득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주택 공급이 과도한 시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부동산 공급이 부족한 곳에는 여전히 시장가격의 상승 압박도 존재하죠.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 돈을 품으로써 금리가 아닌 다른 요소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는 거죠. 돈을 더 푸는 정책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경제는 언제나 다각도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Q. 해외경제지표의 영향 및 해석이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나요?
A.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입니다. 경제는 작은데 개방돼있어요. 실물 경제도 개방되어있고, 금융 시장도 개방돼있습니다. 외환, 주식, 채권 등도 열려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발생한 충격이 국내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경기가 어려워진다면 한국도 경제 부양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다만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해외 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Q. 채권과 주식은 마이너스 상관관계인가요?
A: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미국 모기지 채권 상품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가 하락해도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미국 모기지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겁니다. 원자재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분도 많은데, 원자재는 품목이 너무 다양합니다. 어떤 자산이 하락할 때 어떤 자산이 올라가는지 파악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미국 채권이 안전하다는 겁니다. 엔화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이자를 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달러 자산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자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요?
A. 부동산 구입 여력 지수가 있습니다.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한 수치입니다. 집값, 이자율, 소득.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공급을 제외하고 다 들어가 있죠. 주택 구입 능력 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면 되는데, 현재 서울 지역은 평균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본다면 현재 부동산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아직은 평균 수준을 아주 조금 넘어선 정도이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유럽과 일본은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나요?
A.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논문이 <1990년대 일본의 교훈>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불황의 징후가 나타나며 물가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순간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을 이야기해요. 90년대 초반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반 토막 나고 주식 가격이 7분의 1토막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가 너무 느렸죠. 디플레이션이 생겨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마이너스되는 순간 통화 정책은 의미가 없습니다. 유동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질 정책 금리인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제로 금리를 갖고 있는 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라면 실질 금리는 플러스가 되니까요.
한번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앞으로도 물가가 떨어질 거라는 기대가 경제 참가자들에게 확산됩니다. 그리고 통화정책의 효과가 정말 정말 약해집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의 ‘디’자만 보여도 금리를 내리라는 것이 말씀드린 경제 보고서가 주는 핵심 처방입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모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낙제점이죠.
2000년대 초반,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고 금리가 좋아지지도 않았는데 금리를 인상했어요. 우리 일본 여행 다녀오면 잔돈 엄청 들고 오잖아요. 소비세가 인상돼서 그래요.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여전히 존재해서 경제 전체가 위축의 압박을 갖고 있는데 금리를 올려버린 겁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예요. 그리스부터 시작된 재정위기가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까지 파급되고 있는데 유럽 중앙은행이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죠. 나라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여전히 빠져 있는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는 겁니다.
똑똑한 중앙은행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경제를 경험합니다. 한번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정말 장기간 저성장에 빠지게 됩니다. 오늘의 베스트 질문이네요.
Q. 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얼마 전에 전미경제분석국에서도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얼마 전 인도의 디노미네이션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디노미네이션은 사회 전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일단 단위가 다 바뀌기 때문에 통화 공급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은행에 줄을 서도 바꿔주기 힘들죠.
그리고 극도로 낮았던 인도의 카드 사용량을 급증시킵니다. 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져있지 않은 인도에서 이걸 쓰는 사람은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뿐이겠죠.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경제 충격을 가져오는 거죠. 디노미네이션을 누군가 말씀하신다면 이 논문을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Q. 벤처 기업에 투자할 때 봐야 하는 경제 지표는 무엇일까요.
A. <고릴라 게임>이라는 재미있는 책이 있습니다. 어린 고릴라와 어린 침팬지와 섞여있으면 누가 고릴라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벤처 기업이 나중에 유니콘이 될지, 아니면 그저 그런 회사로 남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눈에 보이는 침팬지를 다 사라고 합니다. 싹수 있어 보이는 조그만 기업들의 주식을 모두 사는 겁니다. 그중에 한두 개 터져서 수익을 내는 거지 고릴라가 될 하나의 회사를 보는 안목은 우리에겐 없다는 겁니다. 누구에게도 없죠.
이게 전형적인 성장주 투자전략입니다. <고릴라 게임>이라고도 하죠. 인내심이 필요한 전략입니다.
이 외에도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질문에 답했습니다. 조건을 충족했을 때 약정 수익만을 지급하는 ELS보다 수익의 제약이 없는 주식투자를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저평가 되어있는 한국 주식을 사고, 위험 회피를 위해서는 달러 자산 투자를 추천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망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지만 주춤세를 보였던 조선, 자동차가 올해 여름부터는 길고 길었던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조선은 경쟁자였던 중국이 요즘 어렵고, LNG선 분야에서 수주를 계속 따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SUV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경쟁력 있는 SUV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힘을 받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