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멤버Q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멤버 Jun 26. 2019

‘돈 내는 독서모임' 트레바리의 시작과 미래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의 리멤버 라이브


트레바리는 돈을 받고 독서모임을 엽니다.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책도 직접 사야 하고, 독후감을 안 쓰면 참가비를 내도 참여할 수 없는 모임에 누가 갈까요. 하지만 트레바리는 보란 듯이 창업 3년 반 만에 유료 회원 4,600명을 돌파합니다.

트레바리는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불가능할 거라고 했던 비즈니스를 해내고 있으니까요. 물론 회의적인 시선도 남아 있습니다. 독서가 아닌 이성을 찾기 위해 트레바리를 찾을 뿐이라거나, 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하진 않을 거라는 거죠. 트레바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을까요.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가 ‘리멤버 라이브'에서 질문에 답했습니다.



유료 독서 모임의 시작


Q. 독서모임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크게 두 가지예요. 20대 초반에 독서 모임을 열었어요.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아리 같은 거요. 학교 수업보다 배울 게 많더라고요. 친구들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재미있어했고, 유익하다고 입을 모았죠.

그런데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 모임도 많아야 되잖아요.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해서. 그런데 모임이 너무 적었어요. 왜 그럴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참여는 재밌는데 운영은 재미없다' 였어요. 사람 모으는 일이 다 그렇잖아요. 서너 명 모여서 술 한잔하더라도 누군 오고 누군 안 오고. 운영의 재미없음이 참여의 재미보다 커질 때 모임은 와해되는 것 같더라고요.

운영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돈밖에 없었어요. 재미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돈을 받기 때문에 하죠.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게 유료 독서모임이었죠.

두 번째는, 제가 창업하기 전에 다음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했는데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다음이 카카오보다 규모가 컸거든요. 근데 얼마 안 지나서 카카오의 주도로 두 기업의 합병이 이뤄지더라고요. 다음에 다음은 웹에 치중된 반면 카카오는 모바일 중심 플랫폼이었기 때문이었죠.

다음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있었는데,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는 걸 보고 시대가 정말 빨리 변하고, 그 안에서 적응하기란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창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정글에서 뛰어놀아봐야겠다. 특정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파도가 와도 얼추 탈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겠다. 뭐 이런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어요.

대학 때 발견한 아이템, 첫 직장에서 얻게 된 창업 결심. 두 가지가 모여 트레바리의 시작이 된 거죠.




왜 사람들은 돈을 내고 독서모임에 올까?


Q. 트레바리를 시작할 때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던 만큼, 사람들이 트레바리에 모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트레바리는 어떤 가치를 주나요?

A. 첫째로, 사람을 모아줍니다. 이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4개월 동안 모일 수 있는 사람, 그중에서도 같은 관심사와 가치관, 취향을 가진 사람, 그러면서도 백 그라운드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줍니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를 다니지만 IT 회사 사람과 교류하고 싶은 니즈가 있다면 대신해줍니다.

둘째로, 사람들을 모은 다음에 특정한 룰 안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계속하게 해줍니다. 트레바리 클럽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고, 책도 직접 사야 하고, 독후감도 써야 합니다. 돈을 냈더라도 독후감을 1초라도 늦게 나거나 정해진 분량에서 한 자라도 덜 쓰면 참여할 수 없죠.

일반적인 독서 모임에서는 그런 룰이 없죠. 그래서 책을 읽으러 모였는데 술 친구가 되어버립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요. 그것도 좋지만 그렇게 해서는 처음의 목적을 벗어나게 되죠.

마지막으로 운영입니다. 장소를 제공하고, 트레바리는 클럽에 파트너를 모십니다.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파트너를 선발하고 교육하고 서포트하는 일을 합니다. 독서 모임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요. 일부 클럽에는 클럽장을 모십니다.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죠. 더 가치 있는 클럽을 만들어 드리는 겁니다.

집에서도 운동할 수 있지만 돈을 내고 헬스장에 가듯이, 트레바리는 지적 성장과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드립니다. 그래서 기꺼이 돈을 지불하시는 게 아닐까요.


Q.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분들이 클럽장으로 많이 참여하시던데요, 그런 분들이 트레바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먼저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돈 받고 독서모임을 한다고? 신기하네' 정도로. 그리고 명망 있는 분들일수록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마주하고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시는 것 같아요. 그냥 절 예쁘게 봐준 분들도 있었던 것 같고요. 


돈 내는 독서 모임은 어떻게 유지될까?


Q. 독서라는 게 사실 꾸준히 하기엔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오래, 재밌게 할 수 있나요? 나아가 독서 모임은 어떻게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가요?

A. 운동을 할 때도 몸이 만들어지는 게 눈에 보이면 더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운동이 어려운 건 식스팩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독서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독서를 하면서 얻는 효용을 느끼게 되면 더 재미를 붙이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독서의 효용을 작은 단위에서부터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돈을 내게 하고, 책을 읽게 하고, 직접 독후감도 써 보게 하고, 그렇게 생각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마주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형성되고 이어지게 하기 위해 파트너분들께 먼저 밝게 인사를 하도록 부탁드리기도 하죠.

그런 체계가 있기 때문에 트레바리를 하다가 안 하면 ‘아, 내가 확실히 책을 덜 읽게 되는구나', ‘사람을 덜 만나게 되고 자극도 덜 받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Q. 서비스 특성상 모임의 퀄리티가 멤버, 책, 클럽 장마다 바뀔 텐데,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A. 사람들을 보면 순댓국집에 갈 때는 풀어지다가도, 호텔 바에 가면 젠틀해지기도 한단 말이죠.(순댓국집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들면 누구든 수준 높고 풍요로운 인터랙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만드는 건 공간일 수도 있고, 모임의 룰일 수도 있죠. 그런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고요.

트레바리가 운영 중인 독서 모임이 수백 개예요.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죠. 그 가운데서도 가치관이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묶일 수 있도록 클럽 기획부터 신청 과정의 UI까지 뾰족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듀오바리’라고?


Q.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사람들이 책이 아니라 이성을 만나기 위해 트레바리를 찾는다는 말도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트레바리의 비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와는 멀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요?

A. 글쎄요. 그런 현상이 없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사실 트레바리에서 이성을 찾아 연애를 하려면요, 일단은 돈을 내야 하고요, 책을 사야 하고요, 독후감을 내야 하고요, 3시간 반 동안 독서 모임을 해야 해요. 그다음에 번호를 물어보든 술을 마시러 가든 하겠죠.

어떤 목적으로 트레바리로 오는지보다는 ‘어떤 목적으로 오든 간에’ 누구든 지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려웠던 점


Q.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창업하셨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A.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젊어서 체력이 좋아요. 큰 장점이죠. 가정을 책임져야 하지 않아서 잡념 없이 일할 수 있어요. 인풋의 양과 질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그 외의 모든 건 불리해요. 돈도, 경험도, 네트워크도 없죠.

Q. 트레바리는 이전에 없던 사업 모델이니, 가격 책정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A. 트레바리 초기에는 혼자 8개월을 일했어요. 그러다 사업을 키울 때가 왔는데, 채용을 해야 하잖아요. 직원에게 5천만 원의 연봉을 주려면 얼마나 받아야 되는지를 생각했어요. 계산기 두드려보니 4개월에 19만 원 정도 받으면 되겠더라고요. 이게 통하지 않으면 조정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통했어요. 다행히도. 비용에 대한 감이 부족해서 크루(트레바리 직원)들에게 그 정도는 아직 못 드리고 있지만요. 

Q.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요?

A. 굉장히 많아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2, 30년 동안 다른 삶을 살다가 한 데 모여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서운함과 애틋함 같은 온갖 감정을 겪어야만 하는 일이에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복잡한 인간관계의 한 가운데 놓이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지금은 채용이 가장 시급해요. 좋은 분들 많이 모시고 싶어요.


트레바리 크루 - 윤수영 대표 페이스북


크루


Q. 적극적으로 채용 중이라고 하셨는데, 인재상이 있다면요?

A. 기본적으로 트레바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크루의 인생이 추구하는 가치가 맞아야 해요. 우리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산데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성취하고 싶은 가치가 비슷한 사람이 아니면 여기서 성취감을 갖기는 힘들겠죠.

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 부분은 나중에 빠지겠지만 지금은 저와 인간적으로 잘 맞아야 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이 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치관 맞고, 협업 잘 되고, 자기 분야에서 역량이 있는 분을 원하죠. 그리고 저희 회사 일 많이 합니다.

Q. 실력이 뛰어나지만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가치관이 다르면 찢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잘했고 못했고가 아니라, 교집합이 없다면 찢어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걸 매우 선호해요. 애써 맞춰가려 하기 보다는요.



앞으로의 트레바리


Q.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계획이신가요. 

A. 계획이 별로 안 중요한 것 같기도 해요. 사장의 의사결정보단 시장의 의사결정을 따르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일단 지금 갖고 있는 걸 더 충실하게 채우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지금은 아지트(트레바리 모임 공간)를 마포나 서울역 쪽에 만들려는 계획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 새로운 모임 주제든 비즈니스 모델이든 계획에 있지 않습니다. 다 잘 되면 이것도 저것도 하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잃어버리는 순간 스타트업은 역량을 굉장히 잃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해요. 돈도 경험도 베테랑 인재도 부족한 회사니까요. 그래서 한 가지를 완전히 해내는 게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은 독서 모임, 현행인 멤버십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할 겁니다.

Q. 유사 컨셉의 경쟁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A. 저는 일단 다른 서비스를 잘 몰라요. 아마 저희 회사에서 트레바리와 유사한 서비스 홈페이지에 가장 적게 들어가는 사람 중 하나일 것 같아요. 트레바리가 망하면 저 때문에 망하지 경쟁 서비스 때문에 망할 것 같지는 않아서요. 트레바리를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경쟁을 염두에 두고 일하진 않습니다.

Q. 트레바리를 통해 뭘 이루고 싶나요?

A.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다보스 포럼>같은 인류 사회 전체에 아젠다를 던지는 컨퍼런스도 해보고 싶고요. 성 소피아 대성당처럼 인류 사회에 굉장히 유의미한 상징이 되는 공간 같은 것도 21세기 방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 시대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 이상적인 공존이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장을 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트레바리가 잃지 않아야 할 가치


Q. 트레바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요?

A. 스스로 장사꾼이라고 생각해요. 장사가 재미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는 걸 남들도 가치 있다고 여기고, 그 공감을 결제라는 형태로 받는 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어요.

제 인생 책이 <논어>예요. 1년에 두세 번은 읽어요. 트레바리 크루들은 명함에 좋아하는 책 구절을 넣어두는데, 제 명함에 있는 구절을 읽어드리면

“군자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으며,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오직 의로움만 따를 것이다.”

이 말을 유연함과 개방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말이라고 해석했어요. 다만, ‘의로움'을 따른다는 전제에서요.

트레바리를 운영하며 뭐든지 타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거, 좋으면서 돈 되는 거 하고 싶어요. 좋은 걸 할 수 있다면 얼추 다 타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무엇을 좋다고 할 건가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찾아가는 중이고요.

망가지지 않은 나침반은 파르르 떨리면서 방향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망가진 나침반만 흔들림 없이 서있죠. 그 얘기를 좋아해요. 어딘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네요.





[클릭] 리멤버 콘텐츠 가장 먼저 받아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10+년차 구글러가 말하는 구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