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보면 세상이 보입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인터뷰
"주식하면 망한다."
우리 사회의 오랜 격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안 하는 편입니다. 총자산 중 주식 자산에 투자한 비중은 미국인들의 절반 수준입니다. 다만 코로나 이후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며 분위기가 변하고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이란 단어가 유행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을 이끌며 국내 증시에서 중요한 축으로 발전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조금 수익을 냈다고 증시에서 손을 뗄 순 없습니다. 경제는 안 좋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찍어낸 돈들이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주식이 따로 움직이는 혼란스러운 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정보에 목마른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리멤버나우는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을 새로운 필자로 섭외했습니다. 이효석 팀장은 블로그, 유튜브, 언론 매체 등지에서 개인 투자자를 위해 경제 소식을 발빠르게 해설해주고 있는 금융 전문가입니다. 이 팀장은 앞으로 리멤버나우를 통해 어떤 소식을 전해줄까요. 그 정보들은 투자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리멤버가 직접 만나서 물었습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코스피가 10년째 횡보하면서 찬밥 취급을 받던 국내 주식 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어떤 걸 명심해야 할까요?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기업은행 딜링 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주식 이외에도 환율, 스와프,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딜러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 그 곳에서 선배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 “시장은 항상 옳다”는 말이었습니다. 시장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래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결국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포지션까지 없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죠. 반면 시장이 옳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면, 큰 돈을 벌 수는 없을지 몰라도 생존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두 번째로는 기업의 적정 가치(밸류에이션)를 평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밸류에이션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어스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레밍처럼 되기 싫으면" 밸류에이션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그네 쥐’라고도 불리는 레밍은 개체 수가 늘면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합니다. 이때 레밍 무리는 우두머리만 보고 직선으로 이동하는데요. 우두머리가 절벽에서 떨어지면 나머지 개체들도 모두 따라서 뛰어듭니다. 이런 레밍의 특징에서 따와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를 가리켜 ‘레밍 효과’라고도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레밍처럼 투자하지 않으려면, 구명조끼를 입은 레밍이 되라고 합니다. 그러면, 절벽에서 떨어져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구명조끼가 밸류에이션입니다.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기보단 투자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알고, 내가 왜 사는지, 왜 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경제 뉴스는 넘쳐나는데, 그 중 어떤 게 중요한 소식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팀장님이 연재할 글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확실히 경제 뉴스는 넘쳐납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매일 새벽 미국에서 새로운 소식이 나오고 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퍼지던 3월에는 연준에서 FOMC 회의를 앞두고 몇 번이나 긴급회의를 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도 했죠.
저는 그 많은 소식들 중 최대한 실용적인 이야기를 리멤버나우를 통해서 하려고 해요. 저는 공대를 나온 터라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어요.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준비하면서 혼자 공부했죠. 그래서 전통경제학 이론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항상 살피려고 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게 7월 22일자에 기고한 <고평가된 아마존 주식, 왜들 계속 사들일까>라는 글이에요. 앞에서 밸류에이션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이 글에선 IT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할 때 빼먹으면 안 될 무형자산을 다뤘습니다. 무형자산은 요즘 IT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회계상으로는 저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무형자산을 가볍게 보면 시장을 잘못 이해할 수 있죠. 이 글처럼 리멤버나우에선 최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전할 생각이에요.
> 금융 전문가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까요? 경제 뉴스는 난도가 높아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쉽게 설명하는 능력은 있는 편입니다. 전 직장이었던 기업은행에서는 2010년 유럽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을 직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매일 아침 시황을 써야 했습니다. “모닝커피와 마켓”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모닝커피를 한 잔 하면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내용이었지요.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되니, “쉽게, 쉽게, 쉽게”가 지상 과제였습니다. 늘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냐"는 요구를 받았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때의 경험 덕분에 ‘쉬운 글쓰기'를 지향하게 됐어요. 리멤버나우에서도 최대한 경제 뉴스를 쉽게 해설할 계획입니다.
> 리멤버나우 독자 중에선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도 팀장님의 글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누군가 저한테 “주식이 왜 좋니?”라고 물어보면, "주식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코너 이름이 "주식으로 보는 세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최근에도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바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도요타 시총을 넘어선 것이었죠.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도 많은 투자자들은 “버블”이라는 단어로 일축하지만, 이는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옳지 않습니다. 저는 테슬라가 가장 몸값이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2015년에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처음 넘어섰다고 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주식 시장은 항상 세상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주식 시장을 관찰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려고 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자녀에겐 어떤 진로를 권할지, 어떤 차를 살지, 어떤 집에 살지. 전부 의사결정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한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글을 보시면서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효석님의 글 보러 가기
혹시 이효석님을 모르신다면.
SK증권 리서치센터의 자산전략팀장입니다. 이전에는 기업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로,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