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하나로 글감을 여기저기 나눠먹는 브런치에 피곤함을 느끼고 떠난 후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무슨 말로 첫 줄을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며칠 전 의자를 샀다. 의자에 대한 나의 소감을 몇 자라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택근무를 오래 하면서도 의자에는 큰 투자 가치를 못 느꼈다. 있는 것을 쓰고 어디서 안 쓰는 의자를 가져와 썼다. 물건은 뭐든 기본적인 기능만 무리 없이 작동된다면 그냥 맞춰서 쓰자 라는 주위다. 그렇게 10만 원도 안 되는 의자를 5년 넘게 쓰고 있었는데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진 걸 발견했다. 사실 원래 흐트러져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것 것처럼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뭐.. 운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테지만 장비빨 무시 못한다고..) 옛말에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던가, 그날 바로 백화점으로 달려가 몇 개의 의자를 테스트해봤다. 그리고 그중 앉아보고 바로 이거다! 하는 의자를 덥석 물어버린 것. 고민도 안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를 했다.
일주일 후 배송이 왔다. 아직 조립도 안된 의자에 영혼을 헐값에 팔았다.(가져가세요. 비록 탁한 영혼일지라도..) 가격대로만 보자면 고가는 아니지만 체감상 나에게는 의자 계에 명품이라고 불리는 허먼밀러 의자 못지않다. 이전 의자와 대비해 시몬스 같은 편안함을 느꼈던 나는 신남을 주체 못 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이 의자가 얼마나 좋고 편한지 허리와 어깨가 굽지 않고 지탱이 잘 되는지에 대한 같은 홍보성 멘트를 늘어놓았다. (이래 봬도 과거 말발 하나로 인텐시브를 휩쓸었던 적 있음) 입에 꿀 바르고 덤비는데 당해낼 자 누가 있나. 의자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슬슬 관심을 보인다. 신입으로 들어가 3개월 만에 명예만 얻고 그 길로 퇴사한 전설의 영업사원이 컴백한 순간이었다. 이럴 거면 진정성 있게 한 달 사용 후기를 들려줄 걸 그랬나 싶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다." 돈을 쓰고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나를 보고 친구가 말했다. 내 친구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졸업 축사로 했던 말로 그저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를 했던 고 3 친구들에게 앞으로는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무서운 현실을 일깨워준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자는 이런 편안함이 일상일까, 아님 쓰는 만큼 눈이 높아져 40만 원의 물건의 가치도 4만 원으로 느껴져 선뜻 400만 원을 쓰게 되는 걸까. 부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쉬운 건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것. 그리고 그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