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유배지에서 꺼내 온 날

by 일개의 인간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하던 일을 과감히 놓으면 된다. 나를 죄어 오는 일상의 모든 것들을 한 자루에 담아 나의 일상과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손이 닿지 않는 유배지로 보내버리면 된다. 왜 유배지냐고? 일상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책임이 따르고 그래서 버겁고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면 괴로움도 같이 견뎌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도 하게끔 만들어 고통을 주는 일상은 내게 큰 죄를 지은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은 유배지로 보내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다시는 찾지 않을 것처럼 굴어도 일상은 다시 와 내게 용서를 빈다. "이번 주는 괴롭히지 않을게", "힘들게 하지 않을게", "거짓말." 내가 말한다. 그리고 나는 마지못해 일상의 손을 잡아 유배지에서 꺼낸다.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순도 100%로의 거짓말로 포장한 내 일상은 다시 삶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나 자신을 데리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