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사는 80년대생 아줌마
“어머! 오랜만이에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나를 알아보는 동네 지인
“안녕하세요!”
몇 달 만에 보는데도 친구 엄마인 나를 알아보는 어린아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서로 모른 척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안 쓴 느낌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이 누군지 대략 다 알아차린다.
어른이건 아이이건 다 누군지 알게 되더라.
얼굴의 절반이 가려져 있어도 그 눈매, 그리고 인상,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 패션 스타일로 미루어 짐작되는 게 거의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건 얼굴뿐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인 것 같다.
걸음걸이, 어깨의 쳐진 각도, 몸매의 둔함과 날렵함, 머리스타일 등등…
무엇보다도 다가가고 싶은 끌림을 지닌 사람은 멀리서부터도 그가 누군지 내 두뇌가 애써서 찾아내고 있다.
반대로 그냥 지나치고 싶은 사람 역시 열심히 분석해 누군지 알면서도 몰라본 척 지나가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마스크가 더 편하다.
애써서 화장을 했음에도 마스크를 쓰는 것에 억울하지 않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해도 나는 점점 세월의 무게에 저항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얼굴을 지닌 채 점점 못생겨질 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속상해진다.
그래서 마스크를 더 악착같이 쓰고 그 뒤에 숨어 눈만 껌뻑거리는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만 나이를 먹는가
나만 못생겨지는가
그건 아니지.
그럼 내가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건 뭘까
웃는 인상, 인자한 인상, 여유로운 표정.
이런 건 못생겨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스크 속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좀처럼 웃을 일 없이 아래로 한없이 처지기만 했던 입꼬리부터 올리면 눈매도 함께 선해질 것이다.
굳어버린 얼굴 근육을 조금씩 의도적으로 풀어 언제든 웃는 데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 내가 이루어낸 한 가지 인생 지침.
2022.11.18 엄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