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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Nov 03. 2020

엄마를 누가 말려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엄마 밥상   

결혼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계란 프라이밖에 할 줄 몰랐던 내가 계란말이를 뚝딱 만들어 내고,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던 내가 김치찜이나 된장찌개 정도는 편하게 끓일 수 있게 되었다.  




결혼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엄마가 하는 요리와 내 요리의 다른 점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보인다. 얼마 전 엄마는 가족들의 밥상에 올릴 떡국과 계란말이 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분주해 보이는 엄마를 도울 생각으로 주방에 갔다.


엄마 뭐 도와줄까?


아니 됐어. 다 했어. 식탁에 숟가락만 놔줘.


팔팔 끓고 있는 떡국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큼직큼직한 야채는 거두절미하고 내가 보기에는 너무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떡국에 새송이버섯, 당근, 청경채가 웬 말이지? 물론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바로 옆에서는 엄마가 계란물에 야채를 썰어 넣고 계란말이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당근, 양파, 표고버섯, 애호박이 들어간 계란물이 보였다.


파프리카도 있는데. 그것도 좀 넣을까?


엄마, 투머치야. 이미 너무 많이 넣었어.

다행히 엄마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고 뒤집다가 다 터져버리네.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러니까 왜 그렇게 재료를 많이 넣었어?


난 채소를 많이 쓰잖아. 영양가 있게 잘 먹어야지.



가정을 꾸리고 식구들이 먹을 밥을 직접 만들다 보니 엄마의 요리에 자꾸만 눈이 간다. 이 전에는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엄마가 된장국을 끓일 때 쓰는 된장은 어떤 된장인지, 버섯과 애호박은 어떤 크기로 써는지, 간은 어떻게 맞추는지, 육수는 따로 내는지 등등.


엄마가 해준 밥을 다 먹고, 이번에는 내가 아이의 국을 끓이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표고버섯을 넣을까? 팽이버섯을 넣을까? 둘 다 넣을까? 두부를 얼마나 넣을까?

잡채를 만들 때 이번에는 어묵을 넣어볼까? 시금치는 같이 넣을까? 뺄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식재료가 아이 입에 들어가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아. 이런 마음이겠구나. 바로 이 마음이 해가 거듭될수록 쌓여서 만들어진 모습이구나 지금 엄마 모습이.



그제야 엄마의 투머치 요리가 다른 각도로 보였다.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재료를 섭취하도록 십수 년 동안 만들어진 그녀만의 방식이었으리라. 평소 애정 어린 말을 하는 것에 서툰 그녀가 투박하지만 수줍게 내미는 최상의 애정표현 아니었을지.


내가 음식 안에 들어간 재료들이 조화롭니 부조화롭니를 운운할 때 엄마는 아랑곳없었다. 엄마 된 지 기껏 2년 된 내가 보기에는 비록 부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들어진 그 어느 것보다 조화로운 요리였다.



떡국에 들어간 청경채를 찬찬히 씹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인데? 꽤 조화롭잖아……?



나는 엄마의 요리가 재밌어졌다

그리고

감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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