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를 살아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 하루는 또 머물렀다는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해가 뜨기 전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내 하루엔 새로움이 결여되어 있었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 시간이고 하물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귀한 것을 나는 용감하게도 죽이며 살고 있다. 그 귀한 것을 말이다. 오늘의 마음이 자꾸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렇게 되짚어봤자 상처 받는 것은 마음 자신일 뿐인데. 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마음인데도 얘를 아는 일이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