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게 지나갈 것 같던 계절이 주춤한다. 그래, 아직은 아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만으로도 벅찬데 계절, 너라도 조금 천천히 가주면 좋겠다. 아침에 보는 달과 저녁에 보는 달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아침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있자니, 떠나야 할 때를 놓쳐 머뭇거리는 것 같았고 저녁에 뜨려고 하는 달은 마땅히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은 듯 당당했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같은 달일 테고 매일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일 텐데 내 마음은 거기에 또 마음을 보탠다. 의식적으로 당당하려고 했지만 습관적으로 머뭇거리는 하루를 보내버렸다. 오늘이 가기 전 한 가지 바람은, 내일은 오늘보다 그게 무엇이라도 수월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