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그냥 보내지 말자고 다짐한 이후로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세우고 채워내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지만 나라는 사람은 또 포기도 빨라서 한번 게을러지거나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죽이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불쑥 찾아온 그 쓸모없는 시간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거나 혹은 견뎌내야 하는데 그 신호를 무시하고 모른 척했다간 백 년 묵은 못된 마음이 내 삶을 이리저리 통째로 흔들다가 결코 하면 안 되는 선택을 종종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지금의 시간을 받아들인다. 최악으로 가는 내 인생을 차악으로라도 남겨두기 위한 최선의 방법. 견디는 것. 그저 견디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