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얽힌 관계가 힘들어 집에 돌아오면 거의 매일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게 힘들면 조금 멀리하거나 내려놓으면 될 텐데 그때의 나는 그것조차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몰라 그저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 다니며 모두 예민한 내 성격 탓으로 돌리기 바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험담을 끊임없이 늘어놓으면서도 결론은 내 탓이었다. 나의 존엄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시간들. 그때가 약 10여 년 전이라고 한다면 그 사이 내가 많이 변한 건지 포기한 것들이 많아져서인지 지금은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지경은 아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관계를 제외하면(지금은 이 마저도 없는 상태이지만) 특히 친구라 불리는 관계들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연락을 유지한다. 만나서 굳이 얘기가 없어도 편한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도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마음으로 알 것 같은 사람들. 오늘은 일부러 아침 운동 다녀오자마자 책이며 태블릿, 키보드까지 챙겨서 일찍 집을 나섰다. 특별한 일은 없었고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음악을 듣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의 계획을 세우고 오랜만에 친구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카페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밥을 먹고 다시 차를 마시고 그런 하루를 보냈다. 손가락은 바삐 움직였지만 샌드위치 주문할 때 빼곤(커피도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는 시대니)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질문도 없었다. 얼마나 편안하던지. 어쩌면 나는 외부의 자극이 전혀 없는 상태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다 챙겨 들고나가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싶었던 하루. 아주 평온한 마음이 흐르던 하루. 이 느낌 이 마음 오래 기억해야지 싶은 마음이 드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