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나무 위에 새긴 제주, 아이들과 함께한 감성 공방
제주살이의 어느 날, 평범한 하루에 작은 변주를
주고 싶었다. 바다도 좋고, 숲도 좋지만 오늘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이들과, 그리고 코코와 함께.
애월의 골목길을 따라 도착한 제제하우스는
하얀 벽과 담쟁이가 감싼 작고 예쁜 집이었다.
마당 끝 의자에 앉아 있던 야자수 하나가 우리를 반갑게 흔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은 카페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은은한 원목 향기, 따뜻한 조명, 그리고 빼곡히 놓인 수공예 소품들. 누군가 오래 천천히
시간을 쌓아 만든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장님이 아이들을 먼저 반겨주시고는 “목걸이 만들어보실래요?” 하셨다.
가격은 단돈 8,000원,
하지만 체험이 시작되고 나니 가격은 사소해졌다.
테이블 위엔 작은 나무 조각들과 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공구가 놓여 있었다.
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매듭을 짓고
아들은 조심스레 고리를 연결했다.
사장님은 옆에 앉아 천천히 부드럽게 설명을 건넸다.
마치 아주 오래된 친구에게 말하듯이.
"이건 너만의 목걸이니까, 천천히 만들어도 괜찮아."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 표정이 한층 편안해졌다.
완성된 목걸이와 키링을 손에 들고 아이들이 웃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는 마음을 키워가는 순간을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는 일.
엄마인 나에겐 그게 가장 깊은 선물이었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시원한 음료와 과자가 나왔다.
별 것 아니어도 정성이 담긴 차림은 마음을 한 번 더 어루만졌다.
그리고 우리가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던 순간.
사장님이 다가와 작고 귀여운 뜨개목걸이 하나를 내밀며 말씀하셨다.
“이건 코코 선물이에요.”
노란 꽃이 달린 그 목걸이는
코코의 흰 털에 찰떡같이 어울렸다.
코코는 혀를 살짝 내밀며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나도 예쁘지?” 하는 것처럼.
제제하우스에서의 몇 시간은 그렇게 깊게 남았다.
우리는 물건을 사러 간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온 것이었다.
우연히 들렀지만 마음이 머물렀던 공간.
다음번엔 나 혼자 가서 조용히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
그땐 아마 내 이름을 새긴 목걸이를 만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