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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에서 본 하늘은 조금 달랐다

+29, N번째 승마체험

by Remi

오늘은 유난히 맑았다.
제주에 온 지 29일째 되는 날, 파란 하늘이

유리처럼 투명했고 바람마저 부드러웠다.
여름방학식이 있던 전날 아이들과 마주 앉아

다음날을 계획했다.


“내일은 뭘 하고 싶어?” 하고 물으니
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거의 동시에 말했다.
“말 타러 가고 싶어.”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모아 제주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준비했다.




하교 후 둘째가 차에 타더니

“엄마, 오늘 말 타는 거 맞지?” 하며 연신 재촉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승생 승마장에 도착했다.


초원 너머로 한라산이 뚜렷했고 뒤편으론 바다가 흘렀다. 말은 생각보다 키가 컸고 성격은 온순했다.
아이의 손에 고삐를 쥐여주고 가벼운 헬멧을 씌워줬다.
허리에 벨트를 고정하고 장비를 착용하니 꽤 잘 어울렸다. 아들 혼자 흡족한 얼굴로 “엄마, 나 좀 멋있지?” 하는데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사진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날은 내 폰을 직원에게 맡겨야 했다. 결국 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온전히 눈으로만 담았다. 아이들은 처음엔 살짝 긴장하더니

금씩 몸을 말에 맡겼고 금세 익숙해져 말을 쓰다듬는 여유까지 부렸다.

아이들 체험하는 동안 나는 코코와 조용한 카페

공간이 있어서 잠시 쉬었다. 창밖을 보는데

아이들은 말을 내려다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많은 듯,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날, 그 시간은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남는 것 같다.
말과 나눈 고요한 숨결,
아이의 긴장이 사라진 순간,
그리고 그 위에서 바라본 하늘.

29일째 제주.
오늘은 조금 특별한 속도로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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