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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동물체험이 아이들에게 남긴 것

제주에 동물들과 보낸 시간 기록

by Remi


제주에 가면 우리가 해마다 찾는

특별한 친구들이 있다.
이름을 몰라도,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존재들.


조랑말, 염소, 토끼, 알파카
작은 손으로 먹이를 건네면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생명들이다.




아이들이 처음 말 등에 올랐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3살, 4살 때)
조금은 떨리는 손, 조심스러운 표정.
하지만 곧 바람을 가르는 말의 리듬에 몸을

맡기더니 해맑은 웃음이 터졌다.



올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동물 보러 가자고 했다.

작은 조랑말 옆에 서서
어색한 손으로 고삐를 잡던 그 아이들이
이제는 익숙하게 등 위에 오른다.


아이에게 말 타기는 단순 체험만이 아니다.
조금은 낯선 등 위에서
스스로를 믿어야만 하는 시간.
고삐를 쥔 손에 담기는 건
단지 말의 방향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믿음과 용기였다.

말의 숨결은 따뜻하고
말발굽이 밟는 땅은 아이의 마음처럼 부드러웠다.
그 위에서 아이들은 배운다.
세상은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균형을 잃지 않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해마다 같은 장소, 같은 말.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다르게 자란다.
말은 언제나 아이의 속도를 존중해 주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해마다 제주에서 말을 찾는다.
아이의 성장만큼 마음의 울림도 깊어지는 시간.





제주에서 아이들은 알파카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며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걸 배웠고
젖소에게 우유를 주며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당연하게 주어진 줄 알았던 것들이
누군가의 수고와 기다림 위에 있다는 걸
아이들은 동물과의 교감 속에서 조금씩 깨달아간다.

어릴 적엔 그저 귀엽다고 손을 흔들던 아이들이
이젠 동물의 눈빛을 읽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작은 생명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에서의 동물체험은
아이들의 감정을 깊어지게 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스스로

익혀가는 시간이다.
바쁜 도시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것들을
자연과 동물이 천천히 가르쳐주는 배움의 과정이다.

올해도 우리는
말의 숨결을 따라 걸었고
알파카와 눈을 맞추었고
작은 토끼에게 당근을 건넸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서
아이들은 더 따뜻하고 더 다정한 사람으로
조금씩 예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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