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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바다에 담긴, 우리 가족의 재회

+34일, 아빠와 함께 한 휴가 첫날

by Remi

드디어 34일 만에 아이들이 아빠를 만났다.

공항 도착 시간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그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딸은 몇 번이고 시계를 확인했고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역시나 딸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모든 감정이 설명되었다.


도착한 남편을 향해 두 남매는

그동안 눌러뒀던 말들을 폭죽처럼 터뜨렸다.

제주에 살면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의 새로운 친구들,

코코와 해안도로를 달린 산책 이야기까지.

아빠는 말없이 웃었고 아이들은 쉬지 않고 조잘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남편은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겠다는 마음

하나로 낚시 경험은 전무한데도 낚싯대와

통발을 캐리어 한쪽에 조심스레 챙겨 왔다.

낚시엔 낚자도 모른다는 사람이

바다를 함께 보고 싶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는 가까운 애월 해안으로 향했다.

날은 흐렸지만 바다는 평온했고

아이들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아빠 옆에 꼭 붙어 처음 해보는 낚시질에 집중했다.



코코는 낯선 냄새를 맡으며 바다 옆을 따라 걸었고,
바람은 고요하게 등 뒤를 밀어주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하늘은 노을빛으로 바뀌었고,
아이의 뒷모습이 노란빛 속에서 환하게 부서졌다.


처음 만져보는 낚싯대,

물속에 조심스럽게 던져 넣는 통발,

아이들의 손끝에 전해지는 파도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오늘 하루를 완성해 주는 조각 같았다.


물고기를 잡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늘이 오래 기억될 거라는 사실.

처음 해본 낚시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한 ‘처음의 낚시’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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