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화무쌍한 제주날씨

+45, 예측불가

by Remi

오늘은 2주 전 제주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가는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제주 날씨는 정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대체 언제 그칠지 감잡을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시 후에는

비가 멈추더니 하늘이 맑아지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었다. 제주 날씨는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비가 내리다가도 금세 해가 비추고 그 사이에 소나기가 툭 내려버린다.


아이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특별한 힘을 내서 일찍 일어나 비가 와도 서둘러 나가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늘 다음 날 무엇을 할지 전날 함께 상의하고 그 계획대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다. 비가 내리다가도 잠깐 해가 비추면 그걸 즐기며 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쫓기듯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도서관에 도착해 책을 반납한 후 한 시간 넘게 각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 안은 여전히 차분하고 외부의 날씨와는 상관없이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책을 적당히 보고 난 후 도서관 뒤편 공원으로 갔다. 여기 아들이 전학 와서 갔던 첫 번째 체험학습 장소라서 나와 동생에게 안내해주고 싶었다.


비는 그치고 하늘은 다시 맑았지만 땅에는 여전히 빗물과 습기가 남아 있었다. 피톤치드를 마시며 운동기구에서 몸을 풀고 농구 코트에서 함께 농구를 즐기니 제주 날씨처럼 늘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제주로 이사 온 이후로 아들은 농구에 더 미치게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학교 방과 후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시작한 정도였지만 이제는 거의 매일 농구 코트를 찾아가고 있다. 제주로 이사 온 뒤로는

그가 매일 농구공을 손에 쥐고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는 먼저 농구공을 챙겨 들고 "엄마, 농구하러 가자!"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인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그는 언제나 농구장에 가고 싶어 한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제주지만 농구 코트는 언제나 그에게 일정한 내일을 약속해 주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들은 육지에서 농구를 1년 가까이 배우고 경기출전 경험도 있다. 제주 와서는 독학?으로 유튜브 보면서 점점 더 농구 기술도 늘고 자주 그 코트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차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어느 날 그가 내가 보지 않는 사이에 연습한 드리블과 슛을

해 보여주었을 때 그 진지한 표정에 놀랐다. 농구공을 다루는 손끝에서 그는 단순히 공을 넘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농구학원을 알아보고 학원을 가보자고 물어보면 이상하게도 학원은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농구는 이제 아들의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저 공을 던지고 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은 매일 농구장에 가고 싶어 한다. 농구 코트가 그에게는 단순한 운동의 공간을 넘어서 자신의 마음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작은 세상 같다.


제주에서의 일상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고 때론 불완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소소한 순간들이 더 값지고 그 하루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다

해가 쨍쨍 나고 또다시 소나기가 내릴 때까지 우리는 이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서로의 시간을 채워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