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바운스 트램폴린과 마당 제초
주말 토요일, 우리는 바운스 트램폴린으로 향했다.
만약 여행이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장소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제주도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아이들에게 일상의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일과 같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의 한복판에서 그 선택은 의외로 자연스러웠다.
전날까지만 해도 우리의 계획은 야외였다. 하지만 숨조차 가빠오는 폭염 앞에서 그 모든 계획은 무력해졌다. 바다는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터라 아이들도 더 이상 물놀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남은 대안은 시원한 실내 그리고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커다란 매트 위에서 아이들은 곧장 몸을 던졌다.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가볍게 내려앉는 순간마다 공중에 잠시 머문 표정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도 멈출 줄 몰랐고 발끝에서 튕겨 오르는 힘찬 탄력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건 제주에 살아서만 누릴 수 있는 평범한 호사구나.’ 여행자였다면 결코 흘려보내지 않았을, 그러나 주민이기에 가능한 소박한 사치.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자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해가 기울어가는 시간, 우리는 마당으로 향했다. 손에는 낫이 들려 있었다. 휴가차 다녀간 남편이, 또 그 뒤를 이어 엄마가 한 차례씩 풀을 베어냈지만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마당은 다시 푸른 풀들로 뒤덮여 있었다. 자연의 생명력 앞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늘 잠시뿐임을 제주에 와서 더욱 절감하게 된다.
긴소매와 바지로 바꿔 입고 틈새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양말로 발목을 단단히 감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들은 집요했다. 눈가와 입술, 볼까지 사정없이 달려들어 결국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만큼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거울을 보니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되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풀을 베고 흙냄새에 젖은 저녁, 그 속에서 얻는 피로와 자잘한 상처들조차도 제주살이가 내게 건네는 진짜 풍경 같았다.
오늘 하루는 그랬다. 낮에는 아이들과 트램폴린 위를 날아오르며 일상의 가벼움을 만났고 저녁에는 낫을 쥔 손끝에서 흙냄새와 모기들의 성가심을 견디며 삶의 무게를 배웠다. 서로 다른 결의 풍경이었지만 결국 마음속에 남은 것은 똑같았다. 이 또한 제주살이의 재미라는 것. 불편함마저도 나를 단단하게 기억 속에 묶어두는 그런 값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