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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걸어본 제주올레코스

+87 펠롱펠롱 제주올레 글로벌 어린이 걷기 축제 다녀오다

by Remi

제주 바람은 유난히 맑고 투명했고 바람 속을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시간은 단순한 발걸음이 아니라 성장을 확인하는 여정 제2회 2025 펠롱펠롱 제주올레 글로벌 어린이 걷기 축제에 다녀왔다.


제주올레 어린이 걷기 축제의 현장은 아이들에게 도전의 무대였고 나에게는 성장의 장면이었다.


길 위에는 단순한 풍경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탬프를 찍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은 작은 승리의 환희로 물들었다. 카드에 적힌 미션을 읽고 서로 의견을 모으며 웃는 모습은 놀이와 배움이 뒤섞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더운 날씨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이번에는 내가 해볼게”라며 손을 번쩍 들던 아이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귓가에 남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는 무대였다는 것을.


걷다 보면 아이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햇빛에 붉게 달아오른 볼, 손에 꼭 쥔 미션 카드 그리고 다시 스탬프를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 나는 그 모든 장면을 마음속에 새겼다.

걷는다는 건 참 단순한 행위인데 그 안에서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작은 손에 완주증과 선물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노란빛 파우치 하나에도 세상 모든 기쁨을 담아내는 듯했다. 그러나 진짜 선물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낸 용기, 서로를 격려하며 나아간 우정 그리고 한 발자국 더 내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나는 아이들이 걸었던 길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햇살 속에서 흘린 땀, 미션을 마칠 때마다 터뜨린 웃음, 그리고 끝내 완주해 낸 성취감까지. 그 모든 순간은 아이들만의 성장일지였고 동시에 엄마인 나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더라도 이 길 위에서 배운 끈기와 기쁨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하루, 아이들은 단순히 올레길을 걸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걸어냈고 나는 그 발걸음을 곁에서 지켜본 행복한 목격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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