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아들은 참 순한 편이다.
주말만 되면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들은 늘 먼저 묻는다.
“우리 이번 주말은 어디 갈까?”
어디를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같이 나가고 싶어 하고
같이 걷고 싶어 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첫째라서인지
어릴 때부터 듬직한 모습이 있었다.
동생을 챙기고, 엄마를 도와주고
가끔은 어른 같은 말을 해서
내가 놀랄 때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이 많은 사람도
아들이고 가장 시끄럽게 웃는 사람도 아들이다.
재잘재잘 말을 걸다가 혼자 웃고
또 금방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이 아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가 아직은
한참 더 내 옆에 머물 줄 알았다.
적어도 내 손을 슬쩍 빼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사람이 많은 곳에 함께 나갔던 날이었다.
길이 조금 복잡해서, 별 생각 없이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아들 손을 잡았다.
어릴 때는 손을 잡으면 아무 말 없이 따라오던 아이였다. 사람이 많아도 길이 낯설어도
엄마 손을 잡는 일은 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내 손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웃으면서 슬쩍 손을 빼버렸다. 그리고는 괜히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발 앞서 걸어갔다.
나는 그 순간 잠깐 멈칫했다가 이유도 없이 혼자
웃음이 나왔다.
아, 이제 이런 나이가 됐구나 싶었다.
손을 잡으면 싫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모른 척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안 잡아주는 나이.
엄마 손을 놓았다고 하기엔 아직 가깝고
여전히 옆에 있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거리.
그래서 더 실감이 났다.
사춘기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조용히 시작되는 거라는 걸.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멀어진 건 아니다.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소파에 같이 앉고
내 옆에 와서 괜히 말을 걸고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혼자 웃고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기대기도 한다.
손은 잡아주지 않아도
아직은 엄마 옆이 제일 편한 나이.
그래서 요즘은 가끔 신기한 기분이 든다.
몸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데
마음은 아직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걸까 싶어서.
아마 지금이 딱 그 사이쯤인 것 같다.
엄마 손을 놓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멀리 가지 않은 나이.
그래서 나는 요즘 이 시기가 괜히 더 좋다.
손을 꼭 잡지 않아도 옆에 같이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여전히 웃기고 여전히 귀엽고
그래서 아직은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는 나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