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
언제부터였을까.
아들의 말속에서 낯선 단어들이 하나둘 섞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분명 우리가 쓰던 말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들은 어딘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초성으로 줄어든 말,
뜻을 짐작해야 하는 신조어,
그리고 가끔은
도무지 해독이 되지 않는 표현들.
아이들끼리 웃으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잠시 다른 언어권에 들어온 사람처럼
어색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언어란 어쩌면 부모 세대에게는
작은 외국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 아이들의 휴대폰을 들여다본 적이
거의 없다. 아들은 늘 휴대폰을 잠금 해놓는다.
“폰 잃어버릴까 봐 잠그는 거야.”
그 말이 괜히 믿음직하게 들려 나도 굳이 더 묻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 단 한 번, 잠금이 풀린
채 놓여 있는 휴대폰을 봤을 때 내 손은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했다. 사실 그 시기쯤 둘째가 슬쩍 흘린 말이 있었다.
“엄마, 오빠 학교에서 욕 좀 쓰던데.”
나는 겉으로는 “설마” 하고 넘겼지만 마음 어딘가에
작은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마침 그때 육지에 있는 아들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톡을 열어봤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화를 훑어보던 그 순간.
역시나. 메시지들 사이에 익숙한 듯 낯선 단어들이 보였다.
ㅅㅂ
ㅈㄴ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 단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에게 그것 은특 별한 욕설이라기보다 그저 감탄사처럼
쓰이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을 때도 모른 척했다.
그리고 그 일은 며칠쯤 지나 밥상 위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꺼냈다.
“요즘 너 친구들은 다 욕 쓰니?"
아들은 젓가락을 멈추지도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
“남자애들은 거의 다 써. 그냥 일상처럼.”
그리고 덧붙였다.
“친구들 단톡에서도 ㅅㅂ는 기본이야.”
예전 같았으면 아마 바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 말 쓰지 마.”
“버릇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들은 지금 6학년이고 하지 말라는 말은 오히려 잔소리로 들를게 뻔해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순간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언어는 사람의 품격을 보여주는 거래. 욕을 많이 쓰는 사람은 그 사람의 수준도 그 언어만큼 보일 수 있어.
멋있는 말을 쓰는 사람은 그만큼 멋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아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말이 얼마나 마음에 남았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날 그 짧은 대화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의 언어는 어쩌면 하나의 유행이자 또 하나의 문화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속도와 방식으로 새로운 말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그래서 가끔은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외계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맺고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억지로 막기보다는
그 속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선택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언젠가는 아이도 알게 될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그저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품격을 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 아이의 언어가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멋있어져 있기를 나는 오늘도 은근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