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초입의 딸과 조급한 엄마 사이에서
아침 일곱 시.
우리 집 평일 하루는 늘 이 시간에 시작된다.
덜 깬 눈으로 세수를 마친 아이들이 식탁에 앉고
나는 그 사이에서 분주하게 아침을 챙긴다.
늘 비슷하게 반복되는 평범한 아침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남매가 있는
집에서는 평범한 아침도 가끔 작은 사건을 품고 시작된다.
오늘의 사건은
둘째의 머리였다.
“엄마, 머리 두 개로 묶어 줘.”
아이는 늘 그렇게 말한다.
머리를 묶어 달라고 하면서도
빗질에는 유난히 예민하다.
빗이 머리카락 사이를 몇 번 지나가기만 해도
금세 “아파”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웃으며 달래 가며 머리를 묶어 주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등교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십 분.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몇 번 빗질을 했을 뿐인데
아이는 또 “살살해”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아프면 머리 묶지 말던가.
단발로 자르던가.
아니면 네가 직접 묶어.”
말은 그렇게 툭 떨어졌다.
아이의 표정이 조용히 굳어 갔다.
딸은 내 손에서 빗을 빼앗아 거울 앞에서 머리를 몇 번 빗더니 결국 머리를 묶지 않은 채 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향했다. 인사도 없이.
나는 무심코 물었다.
“인사 안 해?”
아이는 짧게 대답했다.
“응.”
그리고 문이 닫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오래 집 안에 남았다.
이어 첫째는 엄마는 매일 생리하냐고,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장난치는 말투로
인사하고 나갔다.
조용해진 부엌에 나 혼자 서 있었다.
그제야 마음 한쪽에서
늦은 후회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할걸.
조금만 더 천천히 기다려 줄 걸.
아이의 말은 생각보다 금세 지나가지만
엄마의 말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을 이렇게 적어 둔다.
아이의 하루가 아니라
엄마의 하루를.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는
엄마인 나의 마음을.
어쩌면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건
아이들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