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를 읽고

조급한 엄마였던 내가 책을 통해 배운 것

by Remi

이은경 작가님의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는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를 뒤흔들며

국내도서 1, 2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이미 유튜브 '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열혈 구독자라면
줄거리 요약이 굳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이름, 익숙한 문체. 그런데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낯설 만큼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낮에는 카페에서 카페인으로,
밤엔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읽은 이 책.

나는 이토록 다정한 교육 에세이를
처음 만났다.
단순한 육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아이를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조용하고도 묵직한 질문이 담긴 한 권.

책장을 덮으며 다짐했다.
나도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다정한 관찰자란 :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만 아이의 할 일을
대신해 주거나 먼저 나서서 돕기보다는 스스로
해볼 시간과 기회를 주는 부모유형.




이은경 작가님은 오랜 팬심으로 나의 책장에 작가님
책이 많이 쌓여있다. 교육 관련책이 아닌 에세이라니,
요즘 이렇게 따뜻한 교육에세이가 있을까? 울고 웃게

만드는 이은경 작가님의 버라이어티 한 육아와 교육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표지에 보면 엄마와 아들 하나, 이은경 작가님은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는 둥그스름한 사십 대의

중년여성, 표지에는 학교 폭력과 뗄 수 없는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일반 학교의 도움반 학생,

지능이 70이 되지 않아 중증 장애에 속하는 매우

느리고 특별한 아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

중학교 3학년까지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면서 투명 인간 취급당하는 아이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못된 아이들 확 쥐어패고 싶음 )


와글거리는 아이들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아이


평소 이은경 작가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똑 부리지고
늘 미소장착한 모습만 봐온 터라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고 이렇게까지 아들을 공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털어낸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책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낼 시간을 상상하면 저는 갑자기 돌아버릴 듯 무너지지만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답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마음 아파도 결국 교실에서 하루를 버텨야 하는 당사자는 아이입니다. 저는 아이가 겪는 그 어떤 놀림과 괴롭힘도 대신당해주거나 막아줄 수는 없지만 수업이 끝나 집에 돌아온 아이를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어른이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아들에게 매일 학교에서 누구랑 놀았는지,

왜 혼자 놀았는지, 누가 혼냈는지, 왜 혼자만 혼났는지

등등 꼬치꼬치 묻고 싶은 말은 수백 가지가 되지만

모든 질문을 꾹꾹 누르고 삼킨 이 특별한 아이의 엄마.


내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벌벌 떠는 엄마들,
지금의 우리는 왜 아이가 상처받고 흔들리고
곤란해할 상황을 미리 차단하고 끝내 막아내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할까? 엄마인 우리도 어른이
되어가는 길 위에서 숱하게 주거나 받아봤던 그
상처를 내 아이는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뾰족하게
날을 세운채 주변을 살피는 것이 엄마의 일이라
착각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 주변에 아이의 사사건건을 참견해 아이 대신
남의 아이를 혼내는 개념 없는 엄마 겪어봐서 안다.
자기 아이만 소중하고 자기 아이가 받을 상처만

생각하면서 두려워 늘 뾰족하게 날을 세운 엄마,
그 집 아이가 뭐 배우고 클지 상상이 가서 안타까운
경험도 있다.




이 새대의 애 엄마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프롤로그는 재미있고 공감되는 내용들로 시작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애엄마'라는 존재를 피하고 싶어 성인
진료의 비중을 높였고 편의점 사장님들이 창업을

후회하는 이유는 아이들보다 엄마들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괴로운 건 교실 속 선생님들, 엄마의 욕심이

빚어낸 믿기 어려운 일상이 빈번한 우리 사회.

어쩌다가 엄마들은 이 시대의 가장 예민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이 예민함의 배후는 바로 불안이다.


경쟁이 낳은 불안, 냉정한 사회가 어쩜 엄마들을

예민하게 만들었을지도. 이은경 작가님의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에서도 예민하고

뾰족한 엄마들과의 일화들이 포함되어 있는 사이다

같은 작가님의 속마음 읽는 동안 괜히 후련함.


나 또한 예전에는 듣기 싫은 말을 들었을 때 삼킬 뿐,

집에 오면 후회하는 스타일이라. 그리고 빙빙 둘러대는

선생님의 속마음까지 꿰뚫은 15년 초등교사의 짬이란.


선생님의 목록들이 아이를 지적하고 미워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감정은 뜻대로
되지 않아 울컥하고 예민해지지만 그걸 눌러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고 선생님의 전화를 또
받을 수 있다. 내 마음만 잘 다스리면 내 아이의
교실 속 다정한 관찰자인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선물처럼 들을 수 있게 된다. 나를 향한 지적이
었다면 3 정도에 그쳤을 감정이 내 아이의 문제가
되면 300이 되어 버리는게 엄마다. 그래서
우리는 선물 같은 조언을 놀칠 때가 많다.


이은경 작가님은 수개월에 걸쳐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를 쓰면서 '다정한 관찰자'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 었음을 깨달았다. 망친 요리를

먹으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휩쓸리듯 더 큰 집과

고급 차를 요구하지 않고, 내가 학부모 모임에서 듣고

온 근거 없는 괴소문에 덩달아 날뛰지 않으며 어딘가

미심쩍은 정보를 들고 와 떠들어도 그저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다정한 관찰자'가 둘이나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 공감해 미친 듯이 눈물이 났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미안한 행동들과 미운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듯이 심장이 멈출 듯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10년 동안 독박육아의 연속으로 엄마 구실하면서

꾸역꾸역 버텼고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아등바등 불안하고

수없이 깨지고 자책했던 나의 옆에는 늘 아이들이

나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미성숙한

내가 어른으로 거듭나면서 사람 구실을 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주는 삶.
각자의 삶의 여정을 따뜻한 눈빛으로 격려하는 삶.
실수와 실패에도 섣불리 개입하거나 꾸짖지 않는 삶.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도움을
청하고 건네는 삶.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복종을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삶.


물끄러미 돌아보면,
내가 육아에 치여 너덜너덜해질 동안
우리 집 남매는 참 예쁘게 자라 있었다.

크게 삐끗한 적 없이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이어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 모른다.
밥하는 걸 제외하곤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해내는 아이들. 한 살 터울이지만 동생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척척 알려주는 첫째, 그리고 그런 오빠의

성실함을 본받아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둘째.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가장 먼저 집을 나서는 둘째의

뒷모습을 벌써 1년 넘게 바라봐왔다. 등교시간에

쫓기듯 나서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아이들.

친구들과도 무난하게, 때론 유쾌하게
잘 어울리며 지내는 모습 속에서
삐걱거리던 작은 관계들마저
아이 스스로 회복해가는 걸 보며
내가 더 불안하고 아둥바둥했던 것 같아
문득 부끄럽기도 하다.

상처 주던 친구가 이사 간다 했을 땐
작은 선물까지 준비해 이별을 건넨 아이.
그런 아이들의 회복 탄력성과
작은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신비롭고 감사한지,
아이들에게 배운다, 오늘도.

이은경 작가님의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를

읽으며 문득, 나 자신이 겹쳐졌다. 삶의 풍랑 속에서도

묵묵히 자라난 우리 남매를 떠올리며 작가님께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은 단순한 육아서가 아니다.
엄마라면 단번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삶을 다독이는 따뜻한 교육 에세이다.
그저 술술 읽히는 글이 아니라
마음을 꾹꾹 눌러 안아주는
한 사람의 기록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육아팁>물감으로 피어난 하루, 우리 집 작은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