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보이지 않는 따돌림,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녀들의 심리학을 읽고

by Remi

‘소녀들의 심리학’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심리적 공격을 날카롭게 다룬 책이다.


딸을 키우는 엄마라면 언젠가는 마주할 수 있는

관계의 복잡함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뜻깊은

책이라 아이의 친구 문제로 마음이 무거워지기 전에
이 책은 엄마에게 조용한 안내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깊이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일, 그 시작이 이 책 한 권일지도.



작가 레이철 시먼스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여학생과
부모, 교사들에게 여성 공격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소녀들이나 여성들을 비난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소녀들이 친한 친구사이에서 일어난
정서적 학대에 관해 깊게 파헤친 최초의 책이다.





소녀들의 공격은 흔히 친구들로 구성된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진다. 여성적 친밀함의
이면에는 은밀하고 분노를 특징으로 하는 침묵속
에서 자라고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소녀들은 뒤에서 흉보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욕하기, 조종하기 등을 통해 표적으로 삼은
대상에게 심리적 고통을 준다.

어른 여성들만 봐도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에서,
아이엄마들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신체적 공격을 보이는 아이들 대부분 남아이고,
관계적 공격을 보이는 아이는 대부분 여아이다.
관계적 공격은 우리가 흔히 따돌림에 대해 떠올
리는 전형적인 행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관계적 공격의 대부분은 친밀한 사회적
관계망, 혹은 우정의 관계망 안에서 일어난다.
희생자와 가해자 사이가 더 가까울수록
상실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성인이 된 우리도 학창 시절 한 번쯤 느껴왔던
그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 난 아직도 중3 때 친밀한
관계를 맺은 아이가 어느 날 등을 돌리면서 나를
따돌리기 시작하고 주변친구들에게도 이상한
소문내기로 정서적 공격을 했던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자친구들은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등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소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소녀다운 친밀함과 놀이로 위장하여
속닥거리면서 동맹의 대상을 바꾼다. 많은
소녀들이 슬프거나 화나도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다.
어떤 소녀들은 무리 중 한 명을 따돌리면서 느끼는 일종의 쾌감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가까운 우정에서 오는 쾌감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아이를 초등학교 입학시키고 아들보다 딸의 친구
관계 때문에 속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자세히
보면 아이들의 행동은 이 책 속 소녀들의 심리와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고 어느 지점은 우리가
학창 시절에 한 번쯤 겼었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





남자아이들의 보이는 공격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정서적 학대를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를 괴롭힌다는 거에 더 소름이 돋았다.

대부분의 소녀들이 따돌림을 당할 때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대체공격에 대해 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러쿵저러쿵 판단하지 않고 학교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 문화는 어떤 것인지
대충 안다고 말하면 아이는 가장 아픈 고통까지
구석구석 엄마에게 보여주면서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다 지나갈 거야.''누구나 다 겪는 일이란다.''어쨌든 나는 처음부터 그 아이가
마음에 안 들었단다.''왜 그런 친구들이랑 노는 거니?'
'내가 ~하라고 얼마나 타일렀니?''네가 어떻게 행동했기에 그렇게 됐니?''학교에 당장 전화해야겠다.'
'여자아이들은 다 그래. 너도 익숙해질거야.'
라는 말들은 잘못된 반응으로 소녀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더 복잡한 것은 소녀들의 싸움에는 소년들의 싸움에서 보이는 과감하게 그어진 선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녀들의 갈등은 고목의 뿌리처럼 땅속 깊이 들어간다. 소녀들의 이러한 행동 특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성인들이 소녀들의 관계 갈등을

더욱 불안하게 바라본다.



많은 소녀들이 "차라리 주먹으로 맞는 게 나아요. 무시당하고 마음에 상처 입는 것보다요."라고 말한다.

또래 속에서 은근히 따돌리거나
가깝던 친구에게서 갑작스레 외면당하는 순간
그 무너짐을 온전히 겪는 아이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단단히 곁에 있어주는 일입니다.

부모는 딸들에게 갈등이 없는 관계는 없다고,
모든 사람 사이엔 크고 작은 오해가 깃들 수 있다고.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서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는 필요할 땐 학교와도 단호히 마주 설 수 있는 용기를 품어야 한다. 말 없는 외로움에 갇힌 딸을 위해 언제든 손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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