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이 풍경처럼 잔잔하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나무 바닥과 햇살
가득한 창 너머 바다가 반겨줬다.
천장에 드러난 목재 빔, 포근하게 드리운 커튼,
그리고 아이들이 웃고 있는 모습까지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닌, 우리의 마음을
풀어놓기 딱 좋은 쉼의 공간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투명한 의자 위, 아이들의 시선은
바깥 세상을 향하고 있고 한쪽 구석엔 울 강아지도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 이곳에 고요하게 내려앉아 있는 듯했다.
TV조차 켤 필요 없는 풍경
조명보다 따뜻한 자연광
평소보다 더 가까이 느껴지는 서로의 존재.
이런 공간에서는 잠시라도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이
새어나오는 그런 순간들이 이 펜션 안에 가득찼다.
하루가 저물고, 따뜻한 조명이 방 안을 감싸 안을 때
이 숙소는 더욱 포근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식탁 위에 놓인 야식, 그리고
발끝에 몸을 부비는 작은 반려견까지.
제주의 밤이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로 조용히
물들어가고 있었다.
TV에선 익숙한 예능이 흘러나오고, 침대 위에서는
오늘의 피로가 서서히 풀린다.
밖은 어둡지만 비가 와서 썰렁한 제주의 밤이었지만
이 안은 밝고 온기가 느껴졌다.
하루의 끝을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충분히 특별했다.
"아늑한 밤,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완벽했던 제주에서의 하루 끝."
제주의 마지막 밤, 펜션 식탁 위에 놓인 건
근사한 코스요리가 아니라
종이컵에 담긴 라면과 감자스낵 한 봉지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텔 뷔페보다, 비싼 레스토랑보다,
이 순간이 훨씬 더 맛있고 행복했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하나하나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라면.
서툰 손놀림으로 국물 흘려가며도
즐거운 건 함께라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밖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지만 배가
촐촐하다는 아이들 말에 라면 하나 끓였을뿐인데
“와~ 진짜 맛있다!”
깜짝 놀란 얼굴로 외치는 둘째의 표정은
무슨 미슐랭 맛집보다 더 귀한 후기였다.
작은 펜션 테이블 위에서
우리는 맛보다 따뜻함을
배부름보다 마음의 충만함을 나누고 있었다.
바다가 곁에 있고
아이들이 웃고 있고, 반려견도 함께 하는,
라면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는 이 밤
바로 이게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따라 발코니로 나가면
잔잔한 바다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제주 범섬이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설렘을 동시에 안겨줬다.
햇살에 반짝이는 야자수
그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민 지붕들,
그리고 그 위로 멀리 펼쳐진 푸른 수평선.
이곳에서는 알람보다 먼저
자연이 나를 깨워주고
커피 한 잔 없이도
심장이 먼저 따뜻해지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바다를 본다는 건,
오늘 하루가 이미 선물이라는 뜻.”
바쁜 일상에선 누릴 수 없던 여유가
이 아침 풍경 하나로 가만히 다가온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맛에 제주 오는 거지.’
값비싼 호캉스가 주는 화려함도 물론 좋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숙소는 조금 달랐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
반려견과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자유.
인스타용 예쁜 공간보다
아이들과 뒹굴며 웃을 수 있는 따뜻함.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늑함.
우리 강아지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아이들도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곳.
조금 덜 화려해도 괜찮다.
내 가족이 진짜 ‘쉼’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숙소다.
“바다를 품고,
가족과 반려견이 함께 숨 쉬는 공간.
그곳이 내가 기억하고 싶은 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