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든 동화 같은 집
제주는 우리 가족에게 늘 쉼 같은 곳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장소.
그중에서도 애월에 있는 리조트는 그 많은 숙소들
중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곳이다.
솔직히 말하면 두 번이나 다녀올 만큼 우리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였다.
5월 초, 햇살이 부드럽던 계절이었다.
아이들과 남편, 네 식구가 함께한 여행이었고
그날의 풍경은 지금도 사진처럼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가 머문 방은 통유리창 너머로 수영장과
바다가 나란히 보였고 자쿠지 옆 창에는 따스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아이들이 뛰놀던 마당과 초록
나무들이 포근하게 담겨 있었다.
수영장 물이 차가워서 수영은 하지 않았다.
물 대신 우리는 햇살 속에서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정원을 마음껏 뛰어다녔고
돌담 아래 늘어선 엉덩이 내민 아이 작은 돌
조각상에 엉덩이를 씰룩이며 장난을 쳤다.
그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했는지
남편과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얘는 이름이 뿌꾸야!”
둘째는 돌하르방만 한 항아리 옆에 붙은 코끼리를
쓰다듬으며 이름을 지어주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놀다가 풀잎을 모아
비밀 상자를 만들겠다고
잎사귀를 바구니에 담았다.
그 모든 모습이 하나의 동화 같았다.
우리는 아이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가 금방 흘러가는 경험을 했다.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내게 남편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 한마디가 고된 일상 속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발코니에 놓인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빨갛게 물든 석양,
그 아래 까맣게 드러나는 지붕들,
그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던 우리 방.
아이들은 금세 지쳐 잠이 들었고
그 평온한 얼굴을 보며
‘그래, 잘 자라주고 있구나’
‘우리도 꽤 잘 해내고 있는 거구나’
조용히 다짐했다.
그날의 숙소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숙박 공간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기억이 머무는 집’이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
남편과의 따뜻한 눈빛,
그리고 내가 잠시 쉴 수 있었던 시간들.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또 가고 싶다.
꼭 그 숙소로.
꼭 그 시간으로.
너무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