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작가의 문장에서 위로를 건네받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인데
그날따라 채널을 돌리다 멈췄다.
‘손석희의 질문들’에 김이나 작사가가 나왔다.
잠깐 보려던 마음이
어느새 끝까지 시청하게 만들었다.
말을 고르는 태도,
생각을 꺼내는 방식,
그 모든 순간이 고요하게 빠져들었다.
김이나라는 사람에게,
그녀가 가진 보통의 언어가 궁금해졌다.
나는 몇 년 전 김이나 작사가의
'보통의 언어'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는
깊이 있게 읽지 않아서 전자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만 남겨본다.
(연애, 사랑파트는 관심밖이다)
"인간의 언어는 파동이 아닌 글자로
나타나기에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한다. 이는 타인에게만
아닌 스스로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미움받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설령 대중적으로 그런
사람이 존재할지언정 측근들 사이에서
차라리 험담이 떠돈다면 그건 다행이다.
한 명의 사람이 누구를 대하든
매끄럽다면 그 사람은 흡사 존재하지
않는 것 과도 같으니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
가끔 그런 사람 주변에 있다.
왠지 미움을 살 리 없을 것 같은 사람.
부드럽고 친절하고 늘 옳은 말만 할 것 같은 사람.
'어떻게 저렇게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까'
질투 섞인 궁금증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본 단면일 뿐이라는 걸.
나에겐 완벽해 보였던 그 사람을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불신하며
또 누군가는 아주 단호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결국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 문득 위로가 된다.
누구나 미움을 받고 산다. 미움받는다고
걱정될 때가 있지만 나 또한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남들에 비치는 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나 자신의 모습이 떳떳하다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선을 긋다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아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 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한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는 순간,
관계는 V3가 깔리지 않는 컴퓨터가 된다."
나는 자주 선을 그었다.
어딘가 불편한 사람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먼저 거리를 둔다.
같이 있어도 마음은 한 발짝 물러나 있고,
말을 섞으면서도 속마음은 닫힌 채.
그런 나를 스스로 답답하게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문장에서 이런 말을 만났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건강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 말이 나를 다독였다.
선을 긋는다고 해서
모든 게 끊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불편함이 꼭 단절로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이제는 선을 긋기보다 마음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선을 그어야 할 때와 손을 내밀어야 할 때를
천천히 구분해 가며.
사과하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
"다툼은 작은 의미에서 전쟁과
속성이 같다. 이권이 부딪히고, 신념이
충돌되고 분노 분출 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다툰다.
...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나는 늘 사과에 목마르다.
잘못이 있었다면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한 순서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마치 끓는 냄비를 올려둔 채 불을 끄지 않고
자리를 뜨는 사람처럼.
그렇게 미안함을 흘려버린 관계는
결국 서서히 타버린다.
나는 안다.
마음을 다친 순간보다
그걸 잘 마무리하지 못한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잘 끝맺은 다툼만큼
관계를 깊게 만들어주는 건 없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늦었더라도 사과라는 작은 불씨를
기다려본다.
쳇바퀴를 굴리다
일상의 반복이 알려주는 특별한 하루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이라는
말은 주로 비관적으로 쓰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에 있어서
'패턴'이 만들어지는 순간 설렘과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기특하다
나의 존엄을 가꾸어 나가는 일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치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사소해서 더 빛나는 나의 순간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순간들에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낀다.
조금씩 물건을 정리해
집 안이 단정해졌을 때,
애써 적은 블로그 글이 마음에 들 때,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린 따뜻한 한 끼 앞에 앉을 때.
그런 사소한 일들이
내 하루를 조용히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앞으로는 이런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잘했어"라고 내 마음을 먼저 다정히
안아주는 연습.
사소한 일을 해낸 나에게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따뜻하게
토닥토닥 말을 건네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