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오늘 한번 해볼까?' 결심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옷장 속 계절옷 위치 바꾸기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각방 옷장과 부부 드레스룸까지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 그것도 미루다
미루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날씨가 되면
때가 온 것 같아 오늘 당장 하자고 마음속에서
메아리를 친다.
대부분 살림은 내 입으로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작업이라 스스로 만족하는 걸로.
가을 겨울옷을 정리하다 보면 작아진 옷은 빼놓는 게 정석. 그동안 늘 지인들에게 물려주기 바빴는데 이젠 연락해서 주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상대방에서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사진 찍어서 필요하는지 물어보고 항상 줘왔기 때문에 이젠
그런 과정조차 체력소비가 되니 차라리 모아서
헌 옷수거하는 분에게 연락하는 게 더 깔끔하고 빠르다.
아이들 옷장에서 꺼낸 옷들은 대부분 작아져 있다.
해마다 그랬듯이 또 옷을 사러 가야 하구나.
"참 많이도 컸구나."
입을 수 없는 아이들의 옷을 손에 쥐고 아이들의
성장을 실감한다.
겨울 내내 입었던 두툼한 코트와 패딩 열 벌을
세탁소에 맡겼다. 그러자 비로소 옷장에 여백이
생겼다. 여백은 곧 여유였다.
남편은 옷에 욕심이 없고 나도 작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옷이 많을 수 록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은 더 자주 나오더라.
정리는 공간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
드레스룸을 정리할 때 가장 먼저 그려야 할 건 '큰 그림'이다.
공간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에 무엇을 둘지,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그 방향을 세우는 일이다.
내가 매번 옷장을 정리할 때 따르는 방법은 이렇다.
✔️ 안 입는 옷 과감히 분류
✔️ 사용자·계절별로 나누기
✔️ 길이에 따라 정렬
✔️ 옷걸이 통일, 방향도 맞추기
✔️ 속옷·양말은 서랍 속으로
✔️ 라벨링으로 분류 확인
이 순서만 따라도 옷장은 내 스타일에 맞게 변한다.
반듯하게 접힌 니트,
가방과 구두가 함께 정리된 시스템장.
잡지 속 옷장을 보며 늘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저게 가능할까?”
현실의 옷장은 언제나 부족하고,
아이들 성장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때로는 정신없이 정리해야 할 숙제 같은 공간이다.
하지만 드레스룸 정리를 끝내고 문을 닫는 순간
몇 년 묵은 먼지를 털어낸 듯
내 마음도, 하루도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