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내 민낯을 들키는 시간

by Remi

엄마가 된 이후로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아이들이었다.
육아를 잘하고 싶은 마음, 안 놓치고 싶은 욕심,
무너지면 안 될 것 같은 책임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조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꺼낸다.
조용히 내 마음의 숨통을 틔워주는 육아서 한 권.

‘지랄 발랄 하은맘의 육아내공 100’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쩌면 이렇게 내 속을 다 들여다본 것처럼 쓰여있지?

마치 cctv를 달았나 느낄 정도로 알싸한 육아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어떤 육아책보다 공감이 되고 가슴에

팍팍 와닿았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엄마로서의 못난 모습까지도.



“아이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아.
엄마의 역할이 필요할 딱 그 순간,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엄마 인생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


그래, 지금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야.
나는 내 인생의 커리어를 잠시 내려놓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나의 몸과 마음을 거의 다 내줬다.

가끔 사람들은 "육아에 너무 올인하지 마!"라는

전혀 와닿지 않는 말로 위로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들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걸.

물론 육아는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일이기도 했다.
분노와 짜증, 눈물과 무력감. 가끔 화를 내는 내

모습 보면서 내 인격이 이렇게 바닥이었나 싶을

정도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을 때도 많았다.


책 속에서 엄마는 성숙한 인격과 선한 양심을 딴딴하게

세팅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했다.



“힘든 그 순간엔 모른다.
울면서라도 해결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훌쩍 커버린 내면의 키와
강해진 멘털을…그 어떤 어려운

지식도 몸을 통과하면 쉬워진다."



육아는 결국 내 인생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다.
몸을 통과한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된다면
육아는 분명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체험이었다.
난 늘 생각한다.
내가 아이를 키운 게 아니라,
아이를 통해 내가 다시 태어난 거라고.






"극한 고민의 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혜안은 결국 책으로부터 길러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SNS 속 반짝이는 엄마들 모습에 휘둘리고,
짧은 영상 하나에 내 자존감이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러다 책을 펼쳐 읽는다.

“정신 놓고 있다간 ‘미디어의 노예’, ‘디지털의 노비’

되기 십상이야. 이런 시대에 종이책 읽는 이유?
내 삶의 주도권을 뺏기기 싫으니까.”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저 먹이고 입히는 일이 아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 기준을 심어주는 일이다.

하루하루가 실전이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을 내 손으로 직접 거두고,
입히고, 먹이고, 그렇게 키우며 배워나갔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단순히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을 통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조율하고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걸.


육아는 기술이다.
책으로만 배울 수 없는 기술.
매일 부딪히며 몸으로 익히는 기술.
잠 못 이루는 밤, 울음을 달래던 순간,
무심한 말에 눈물 글썽이던 날들
그 모든 시간이 내 안에 쌓이고 또 쌓여
어느새 나만의 실력이 되었다.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목표든, 어떤 과제든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
내가 직접 겪고, 고민하고, 몸으로 통과해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육아는 힘들지만
짬짬이 찾아오는 소소한 기쁨이
그 모든 고단함을 이긴다.
아이들이 품에 안겨 있을 때,
따뜻한 손을 잡아줄 때,
"엄마 최고야"라고 웃어줄 때
나는 세상 누구보다 값진 순간을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문득 생각한다.
오늘은 또 아이들과 어떤 드라마를 찍게 될까.
어떤 장면이, 어떤 대사가
내 기억 속에 남게 될까.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오늘도 잘 살아보자.
이 작고 소중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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