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 때, 조용히 펴보는 책 한 권
무너질 듯한 하루,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 내가 버티는 이 하루, 정말 의미가 있을까.”
그때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만났습니다.
가난과 위로, 사랑과 죽음까지,
인생의 열 가지 질문에 조용히 답하는 책.
그 이야기를 오늘,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인생의 열 가지 생각』. 놀랍게도 사흘간의 여정 동안 이 책 한 권을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앉아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생을 관통하는 열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오래 붙잡았던 몇 가지를 적어본다.
가난
가난에 대한 이상한 집 착과 고집은 자아만 살찌울 뿐입니다. '나는 가난해야 해. 어떤 것도 가난한 생활을 향한 나의 신념을 꺾을 수는 없어'라고 고집하면 뻣뻣한 삶을 살게 됩니다. 부드럽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온전한 가난을 위해 노력해야 해요. 자꾸만 물건이 쌓이는 일상 속에서 자신은 덜 갖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는 노력이 모두의 선을 이루는 것이니까요.
"영혼이 자유롭다는 말과 가난하다는 말은 통합니다."
수녀님이 말하는 가난은 단지 가진 것이 적은 상태가 아니다. 덜 갖고, 덜 소유하고, 나눌 줄 아는 삶. 내 일상 속 불필요한 욕심과 집착을 떠올리며 마음이 ‘비워진’ 상태를 꿈꾸게 된다.
기쁨
저는 ''명랑 수녀'로 남고 싶습니다. 수녀회는 규칙이 엄격해서 근엄하고 엄숙한 태도로 살 것, 즉 '수녀다움'을 교육받지만, 살아볼수록 하느님을 향해 가는 세상은 생명력 넘치는 발랄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암 치료 중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수녀님의 말은 가슴 깊이 남는다. 기쁨은 특별한 순간이 아닌 평범한 날들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위로
저는 언제나 '신발을 바꿔 신는 연습'을 합니다. 상대방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에요. 상담을 전공하지 않아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 위로가 됩니다.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는 연습을 합니다."
위로란 내가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문장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충고보다 필요한 건 공감. 말보다 큰 위로는 마음을 담은 침묵일지도 모른다.
용서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무시당할 때도 있습니다. 더 나쁜 상황으로는 폭력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죄에 대해서는 묻되, 자신의 마음에서는 미워하는 마음이 옅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괴로우면 평화가 없고, 평화가 없으면 삶의 기쁨도 없습니다.
살다 보면 나에게 악한 마음을 품은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란 정말 어렵다. 사실 내게도 용서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내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걸. 나를 위한 평화를 위해 오늘도 용서하는 연습을 시작해 본다.
감사
감사하는 마음은 결국 이웃에게 나누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이 바로 감사이지요. 제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가 되도록 숨결 같은 노래처럼 그 말을 읊조리고 싶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감사는 커진다. 사소한 일상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는다.
희망
병원이든 감옥이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일 것도 평범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인내심과 새로운 날을 맞이하리라는 희망입니다. 지난날을 한번 돌아보세요. 눈물 흘렸던 날과 숨쉬기 힘들었던 날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웃을 수 있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미래의 희망도 결코 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나의 상황에 너무 와닿는 글이다. 혼자 눈물 흘렸던 지난 난들, 숨쉬기 힘들었던 날이 많았던 지난날들. 하지만 오늘은 웃을 수 있고 괴롭지 않다. 힘들 때마다 희망처럼 주문을 외웠다.'이것 또한 지나가리.'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자.
추억
추억의 힘은 '대체 시간이 왜 이리도 빨리 갈까'하는 푸념을 '다가오는 시간들이 얼마나 고마워'
라는 긍정의 지혜로 바꿔주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미래에는
지금 이 순간들이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오늘이 지나면 모두 추억으로 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냐 불행하게 만드냐 모두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매 순간을 맞이한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죽음
누군가 죽고 나면 깊이 애도할 틈도 없이 또 다른 죽음이 옵니다. 살다 보면 남의 죽음은 죽음이고,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여기기도 해요. 그래서 또 살아가는 것이지만 반드시 하루에 한두 번은 미래의
죽음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 삶에 대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내 삶에서 죽음을
잘 기다리고 이용하길 바랍니다.
"내 남은 날들의 첫날인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지."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결국 오늘을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일. 수녀님의 이 문장은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기로, 매일 처음처럼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페이지마다 담백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삶의 결을 다독인다.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조용한 다짐처럼. 마치 따뜻한 손길이 등을 쓸어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자꾸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내가 힘들 때마다 곁에 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오늘을 조심스레 살아가려는 나에게 오래도록 울림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