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팁>네모아저씨와 집콕 육아 생존기

by Remi

쌀 떨어지면 안 되듯 색종이가

떨어지면 안 되는 우리 집.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색종이, 가위, 풀은 늘 손 닿는 곳에 있었다.
처음엔 삐뚤빼뚤 종이 자르기였고
작은 손엔 너무 컸던 가위는
어설펐지만 귀여운 시작이었다.

종이 한 장 위에 아이의 상상이 쌓이고,
가위질 하나에도 집중이 담겼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일상은
색종이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다섯 살 무렵, 첫째는 오리기 책 한 권에 빠져
한 번 앉으면 엉덩이를 뗄 줄 몰랐다.
다양한 사물을 오리며 세상을 배웠고
색종이 하나로 아이의 하루는 가득 찼다.

그 시절 내가 더 신이 났던 기억도 있다.
아이가 “같이 접자”고 할 때면
엄마인 내가 먼저 열정을 불태웠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종이접기는
어쩌면 나에게도 또 하나의 놀이터였는지도 모른다.




몇 년 뒤, 사람 접기 시작하더니
봅슬레이, 스키, 보드까지 자유자재로 접었다.

이 모든 종이접기 선생님은 바로 유튜브에 네모아저씨였다.
그걸로 동생과 역할극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화 캐릭터도 척척 접어내는 둘째를 보면
“정말 많이 컸구나” 생각했다.

색종이 가득 펼쳐놓고 접는 날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탄의 시간이 찾아온다.

아이가 네모아저씨 보고 종이접기 할 땐
나도 옆에서 같이 따라 접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기억은 아이에게 남고
엄마인 나는 싹 잊어버린다.
30살 차이가 나는 우리 사이
기억력은 늘 아이의 승리다.



3살 둘째가 접은 동서남북 하나에도
엄마의 감탄은 끝이 없었다.
귀여움이 넘쳐났던 시절
둘째가 만든 카네이션은 늘 스승의 날 선생님께 전해졌다.



커가면서도 만들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뽑기 놀이, 랜덤박스를 만들어 오빠와 함께 논다.
탱크, 팽이, 피아노, 산타 편지…
색종이 위에서 모든 이야기가 피어난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순간.
엄마가 속상해 보이던 어느 날,
첫째가 혼자 튤립을 접어 내 침대에 살며시 올려두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따뜻함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종이접기를 어디서든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중요한 건 ‘잘’ 접는 게 아니라
함께 웃으며 접는 것이라는 걸
나는 종이접기를 통해 배웠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접어주고
서툴러도 다정하게 기다려주다 보니
어느새 색종이는 우리 가족만의 추억으로 쌓였다.
사진으로 남긴 종이접기 컬렉션 속엔
아이의 성장과 우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종이접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그건 우리가 함께 만든 계절이자, 추억이고
서툴지만 가장 진심이 닿았던 순간들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더 어려운 도형도 척척 만들어내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 한 장 앞에 앉으면
그 시절 아이의 숨결과 웃음이 떠오른다.



종이 한 장,
그 조각이 이렇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 무늬 없는 사각형 한 장 위에서
아이의 하루가 시작되고,
그날의 상상과 감정이 피어난다.

처음에는 그저 손놀림을 익히는 놀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종이 한 장을 따라 접으며
나는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작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꾹꾹 접어 나갈 때,
아이의 소근육은 차근차근 단단해지고
조금만 어긋나도 다시 펼쳐서 접는 과정 속에서
인내와 집중력이 자라났다.

도형을 반으로 접고, 삼각형을 만들고,
대칭을 맞추는 그 단순한 반복이
어느 순간 아이의 수학적 감각과 공간 지각력을 키워주었고,
세상의 모양을 보는 눈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한 장 한 장 접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아이 눈빛이다.

“엄마, 내가 이걸 만들었어.”
그 순간 아이의 자존감은
그 어떤 칭찬보다 더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 기쁨은 나에게도 전해져
“같이 또 접어볼까?”라는 말이
우리의 놀이가 되고, 대화가 되고, 하루가 된다.

어쩌면 종이접기는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소통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손끝으로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놀이는
오늘도 우리에게 가장 깊은 교감을 안겨준다.

그 작은 종이 한 장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고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이어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늘

네모아저씨가 있었다. 친근한 설명 덕분에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네모아저씨와 함께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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