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주토피움’에서의 생명 수업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뜨거운 태양과 함께 도착한 안동.
청송에서 캠핑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큰 기대 없이 안동‘주토피움’이라는 동물체험장을 찾았다.
폭염 속 선택한 실내 동물 체험
안동은 관광도시로 실내보다 실외에
구경거리가 많은 도시다.
곧 40도를 육박한다는 역대급
폭염주의보를 실감하는 날씨,
바깥활동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주토피움 실내에서 동물체험을 했다.
주토피움은 200여 종의 동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북 최대 동식물체험
테마파크다. 체험을 통해서 우리 어린
아이들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생태체험,
아이들이 생명을 대하는 마음을
가르칠 수 있는 곳 주토피움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필수코스다.
알파카부터 염소까지, 야외 정원에서의 첫 교감
입장하자마자 매표소 직원이 말했다.
“지금 가이드 식사시간이니까 실내 먼저 관람
하시고 야외는 그 이후에 돌아보세요.”
안내 덕분에 우리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실외 정원에는 염소, 양, 당나귀, 알파카,
라쿤 같은 동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매표소에서 먹이(당근, 양배추)를
구매해서 하나하나 나눠주었다.
먹이 체험은 실외 동물에게만 가능하고
실내에선 기니피그에게만 줄 수 있다.
알파카가 반갑게 다가온 이유
얼마 전 제주도에서 알파카 먹이 체험을
한 기억이 있어서일까, 알파카를 본 순간
아이들은 “친구다!” 하고 반가워했다.
이곳엔 두 종류의 알파카가 있다.
후아카야 알파카는 우리가 흔히 보는
풍성한 털의 알파카고 수리 알파카는
털이 실처럼 길게 늘어지는 종류다.
참고로 알파카는 안데스 산맥 3,500~5,000m 고산지대에서 사육되고 털은 융단과 의류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당근을 거절한 토끼, 속상한 딸
“토끼가 당근을 안 먹어…”
딸이 울상을 지었다.
폭염 속이라 동물들도 지쳐 보였고,
입맛 없는 듯 무기력한 모습이 많았다.
“더워서 입맛이 없나 보다~”
내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작은 생명에 대한 배려를 배워가는
모습이 뭉클했다.
실내에서 시작된 용기의 시간
드디어 실내 동물 체험.
시원한 공기, 잘 정리된 실내정원, 푸릇한 식물들 사이로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첫 코스는 파충류관.
뱀, 도마뱀, 거북이, 비어디 드래건까지…
사실 나는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아이들은 놀랍도록 용감했다.
가이드가 말했다.
“비어디 드래건은 생긴 건 사납지만
성격은 정말 온순해요. 만져보실 수 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아이의 목에 뱀이 둘려졌다.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따뜻해.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
그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천천히, 생명을 만나다
실내에는 파충류뿐만 아니라
거북이, 미어캣, 청개구리, 황소개구리,
지네처럼 생긴 자이언트 밀리패드,
몽골리안 저빌, 판다 마우스까지 다양한
미니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가이드분이 동물의 진화과정
생김새, 특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아이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오감체험을 통해 동물을 관찰하며
교감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특히 아이가 동물을 만질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잘 설명해 주셨는데
용감하게 만졌다가 동물의 움직임에
놀라서 동물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
조심시켰다.
양서류관에서는 개구리 왕눈이와 닮은
청개구리부터 알록달록 무당개구리까지
만날 수 있는데 그중 황소개구리 늘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애완 개구리로 키울 수 있는데
먹성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생명을 관찰하고 교감했다.
“이 친구는 햄스터처럼 생겼는데 오래 살 수 있대!”
“판다 마우스는 수명이 1~2년밖에 안 된대... 너무 슬퍼.”
슬픔도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이와 함께 느꼈다.
놓칠 수 없는 인생샷 명소
식물과 어우러진 실내 공간은 사진 찍기에도
최적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배경이 그림처럼
나왔다.
‘엄마, 여기서 찍어줘~’
‘나 이 사진 간직할래!’
단순한 체험 이상의 순간이
카메라에 그리고 마음속에 담겼다.
체험 후엔 손 씻기까지 꼼꼼하게
주토피움 곳곳엔 손 씻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생명과의 접촉 후 청결을 유지하는 것까지
체험의 연장선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왜 아이와 함께 주토피움을 가야 할까?
그날 우리는 단순히 동물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왔다.
가이드가 말하던 한 문장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산에서 뱀을 보면 돌을 던지기도 하죠.
하지만 뱀은 쥐를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생명입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빠도 배운 하루
그동안 나는 ‘귀엽다’, ‘신기하다’는 말로만
동물을 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날
말없이도 생명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뱀을 만진 아이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 더 떨렸던 하루였다.
그날 주토피움은
단순한 체험장이 아니었다.
아이의 마음이 자라고,
엄마의 시선도 바뀌는 공간이었다.
생명과의 교감을 통해 감수성과 사회성을
기르고 배려심이 자라났다.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동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닿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