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행>나만 알고 싶은 조용한 바다

포항 오도리에서 보내는 하루

by Remi

한 여름, 바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복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고요한 파도 소리에 마음을 기대고 싶은 날.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바다가 있다.
포항 북쪽 끝 조용한 작은 마을 오도리.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은 정말 한산했다.
바다와 우리 가족만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좋아 매해 여름이면
꼭 들르던 휴식처였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포토존도 생기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예쁜 벤치도 놓였다.
예전의 고즈넉함은 조금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곳엔 여유로운 시간이 흐른다.


트렁크를 열고 돗자리를 깔고 앉으면

그곳이 곧 우리만의 거실이 된다.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신나게 바다로 달려가고

나는 바람이 잘 드는 그늘 아래 앉아

가방 속 음료를 꺼내며

잠시 숨을 고른다.


바다 수심은 얕고 잔잔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 딱 좋다.
채집통과 뜰채를 챙겨오면
물속 작은 생물들을 찾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뺨을 스치는 바람,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모든 게 평화롭다.


작년부터 우리 막내 코코도 함께했다.
처음 만난 바다 냄새에 잔뜩 신이 난 코코는
잔디 위를 뛰고 바람을 맡으며
낯선 풍경 속에 금세 스며들었다.
아빠와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나는 코코와 함께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순간들.



오도리 바다는 차를 세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도 잠시 머물고
햇살이 가라앉는 오후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고요한 바다를 바라본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풍경이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그 어떤 여행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끔은 나만 알고 싶은 장소가 있다.
이기적인 마음일까 싶다가도
좋은 건 함께 나누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

복잡한 여름을 피해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포항 오도리 바다에서의 하루를
조용히 추천해본다.

그곳엔 여전히
바다와 바람, 그리고 쉼이 머물고 있다.



여행이란, 꼭 멀리 떠나는 게 아니더라.
가끔은 이렇게 익숙한 곳에서
조금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충전될 수 있다는 걸
오도리 바다에서 배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북여행>주상절리에서 맨발로 걷고 마음으로 채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