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행>아이와 함께 마주한 55일의 기록

칠곡 호국평화기념관에서

by Remi

구국의 55일

칠곡에서 벌어진 낙동강 방어선 전투는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그 승리가 얼마나

값진 희생 위에있었는지를 배우며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가슴에 새겼다.


아이들에게 전쟁이란 단어는

먼 이야기일 줄 알았다.

총성과 피난민, 탄피와 철모.

그 모든 단어는 교과서 속 삽화 같았고

우리 아이들의 세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다녀온 그날부터 그 거리는 사라졌다.

아이들은 그날 전쟁이 실제로 존재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엄마, 전쟁 진짜 있었던 거야?"

아들의 질문에 한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던 하루.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우리는 평화라는

단어를 다시 배웠다.



기억을 전시한 공간, 그 속을 걷다


기념관은 낙동강 방어선 전투,

그 치열했던 55일을 기억하기 위해

2015년에 세워졌다. 국가의 마지막 저지선,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던 그곳.


로비 중앙에 전시된 구멍 난 철모 앞에서

딸은 한참을 멈춰 섰다.

"이건 진짜 총 맞은 거야?"

그 철모를 향한 55개의 탄피.

탄환보다 무거운 역사의 상징이었다.



체험을 통한 이해


전투 체험관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투복을 입고 작전지도를 펼치고

사격 체험을 하며 나라를 지키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 새기기 시작했다.


특히 구호품 메기 체험에서

20kg짜리 군장을 메고는 꼼짝 못 하는

아이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아직 군대 갈 준비는 안 됐네?"

농담이었지만 어느덧 훌쩍 자란 아이의

모습에 묘하게 마음이 찡해졌다.



역사 속 교실, 그리고 진심을 입은 편지


로비 한쪽 전쟁 당시 교실을 재현한 전시관.

교복 입기를 망설이던 아이들이

결국 마지막엔 용기를 내어 입고 나왔다.

수줍은 듯 보였지만 단단한 눈빛이었다.


"진짜 전쟁이 나면 나도 싸워야 해?"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지만
대신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날 우리가 전쟁을 체험한 건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아이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학도병 이우근 군이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아이들이 유심히 읽던 모습.

며칠 뒤 TV에서 같은 편지를 소개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은 "우리 그거 봤잖아!" 하며 놀라워했다.

역사가 그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배우는 평화의 가치


“6.25 전쟁 때 이겼으니까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거야.”

관람을 마친 후 아들이 한 말이다.

그 짧은 문장에 담긴 무게가 얼마나 큰지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날 칠곡에서 아이는들은 단지 전시를

본 것이 아니라 기억을 걷고 감정을 체험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마음속에 새긴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

깊어졌다는 걸 느꼈다.
아이의 말이, 시선이, 표정이
전과는 조금 달라졌으니까.

전쟁은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되는

슬픈 역사이지만 그 역사 속에서 우리가

가르칠 수 있는 건 분명히 있다.
희생에 대한 감사, 평화의 가치,
그리고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책임.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하루.

역사를 배우고 평화를 느끼는 여행지.

칠곡에서 우리는 나라 사랑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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