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햇살은 뜨거웠지만, 마음만큼은 산들바람처럼 가벼웠다.
아이들과 함께한 금호강 자전거길,
목적지는 강정보가 아닌 타지역이었으나 늦게 출발해서
아이들과 하중도에 주차후 강정보까지 왕복 36km달렸던 날.
출근했던 아빠의 주말에 우리셋은 의기투합했다.
“내일 우리 뭐할까?”
전날 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후
자전거 라이딩이라는 나의 말에 아이들은
가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당초 계획은 국토종주 인증센터가 있는
가야진사공원에서 양산 물문화관까지 달릴
예정이었지만 조금 늦게 출발한 탓에 하중도에
차를 세우고 강정보까지 왕복 36km 코스를 선택했다.
하중도는 무료 주차가 가능하고
금호강 자전거길은 보행로와 분리된 안전한 길이라
아이들과 함께 달리기에 안성맞춤인 코스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그리고 우리처럼 달리는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속도로 여유를 즐기는 곳.
시속 20km를 버거워하는 아이들 속도에
나도 페달을 천천히 밟았다.
가끔은 나 혼자 질주했다가
휴식 지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여유도 누렸다.
아이들에겐 아직 이 속도가 세상의 전속력이다.
그날은 현충일과 재량휴업일이 겹친 금요일.
학교는 휴업을 하고 직장인들은 출근한 덕에
금호강 자전거길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표정이 더 환히 담겼다.
그 미소 하나에 30도 더위도 다 녹아내렸다.
아들은 이미 지난주에 아빠와
집에서 강정보까지 28km를 달린 경험자로
여유롭게 페달을 밟으며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해서 괜히 뭉클했다.
딸은 평소 자전거 좀 탄다 자부하더니
처음 가보는 강정보 코스임에도
거뜬히 완주. 역시 우리 집 체력요정답다.
쉬는 타이밍은 많았지만
그 덕분에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들꽃은 한창이었고 잠시 멈춘 그 자리에
계절이 피어 있었다.
금호강은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나를 반긴다.
그날따라 유난히 초록이 짙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자꾸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은 바람처럼 웃고, 햇살처럼 환했다.
돌아오는 길, 자기가 내가 동생 챙겨간다고
먼저 가라고 나를 재촉하는 아들.
첫째가 어느새 저렇게 자랐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게 따뜻해졌다.
이윽고 강정보가 가까워지고
랜드마크인 디아크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그 끝에서 반가움을 껴안는다.
작은 성취감 하나가 마음을 먼저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늘, 우리 모두 참 잘해냈다."
그날의 포상은 강정보 매점에서의 자유 쇼핑.
먹고 싶은 것 하나씩, 아니 마음껏 고르는 아이들의
손엔 먹을 거리보다 성취감이 더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발견한 뜻밖의 쉼터,
금호강 자전거길에 숨어 있던 대나무 숲.
내겐 스쳐가는 풍경이던 그곳이
아이들에겐 모험의 입구가 된다.
판다 조형물 따라 들어간 숲속,
선선한 바람에 땀이 식는다.
푸바오가 나올 것 같은 그 초록의 터널은
단숨에 우리의 힐링 포인트가 되었다.
“찰칵!”
아들이 찍어준 사진 한 장,
내가 이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다니.
완주 세레머니는 아이답게
두 손을 번쩍 들고 양팔을 휘저으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환호로 마무리했다.
아이들과 함께 달린 금호강의 하루.
그날의 풍경과 바람,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마음 한 켠을 부드럽게 적신다.
사는 동안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이렇게 함께 달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