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나도 그 옷을 입어본 적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울고불고 떼쓰며 꼭 그 옷만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어린 날.
어른 눈엔 똑같아 보이는 옷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캐릭터 옷을 꺼내 입고는
세상 무적이 되었던 기억.
그땐 몰랐다.
왜 그렇게까지 그 옷을 고집했는지.
하지만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나 오늘 번개 파워 장착했어!”
작은 망토를 두르고 반짝이는 번개
마크가 그려진 슈트를 입은 아이가
계단 위에 섰다.
그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아이는 번개맨이었다.
어른들 눈엔 장난 같아 보이지만
아이는 지금 진짜 영웅이 된 것이다.
아이들은 옷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는 자신감을, 때로는 위안을.
아이에게 캐릭터 옷은 단지 놀이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갑옷이다.
“이 옷 입으면 안 무서워.”
“이 옷 입고 가면 친구들이 좋아해.”
어떤 날은 속상한 일이 있어도
그 슈트를 입는 순간 다시 웃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어 용기를 낸다.
그게 아이들이 가진 놀라운 감정 회복력이다.
“엄마, 나 멋있어?” 그 속에 담긴 진심
거울 앞에 서서 으쓱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묻는다.
“엄마, 나 멋있어?”
단순한 외모 확인이 아니다.
이 질문 속엔 이런 바람이 숨어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예쁘다고 해줘.”
“지금의 나를 사랑해 줘.”
그 옷을 입고 웃는 아이의 모습엔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힘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다.
어느 날은 파란 드레스를 꺼내 입고는 말한다.
“오늘은 드레스 번개맨 할래.”
레깅스를 신고 웃는 그 모습은
어떤 성별의 틀도 규칙도 초월한
가장 순수한 자유의 얼굴이다.
우리는 아이를 통해 배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
남의 시선보다 내 기분이 더 중요한 삶.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그 옷?”
하고 묻게 되는 번개 슈트와 번개드레스.
아이에게는 무조건 오늘의 옷이지만,
엄마에겐 세탁이 쌓이는 하루의 일과다.
그럼에도 결국 웃게 된다.
왜냐면 알고 있다.
그 옷이 오늘 아이의 하루를
더 용감하게, 더 즐겁게,
더 자기답게 만들어줄 테니까.
시간이 흐르면 그 옷은 작아진다.
어느 날은 팔이 안 들어가고,
어느 날은 망토가 짧아진다.
하지만 사진 속 그 웃음은 영원히 남는다.
“너 이거 입고 세상 구하러 다녔던 거 기억나?”
언젠가 아이와 웃으며 꺼내볼 소중한 추억 하나.
아이에게 캐릭터 옷은
오늘 내가 되고 싶은 존재다.
그 옷을 입고 세상과 마주하고
상상의 세계를 달린다.
그 마음을 지켜주는 것.
그게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응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