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가정의 달 행사들 속에서
과연 종지부는 언제쯤 찍을 수 있을까?
그런 농담 섞인 마음으로 맞이한 3일 연휴의 시작,
우리는 조금 특별한 약속을 품고 두류공원으로 향했다.
바로 2024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는 2011년부터 시작된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표적인 기부 캠페인이다.
참가비 전액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영양실조
아동과 그 가족들을 위한 염소 지원 사업에 쓰인다.
기후 위기로 식량과 가축을 잃은 탄자니아 도도마 지역
아이들에게 ‘빨간 염소’ 한 마리가 전달된다고 한다.
그 작고 생명력 강한 존재 하나가 가정의 소득원이 되고
아이들의 식사가 되어주는 나눔이었다.
‘달리기만 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어린이날이 또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1500팀 중 한 팀으로
선정되어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행사 2주 전, 기념 키트가 집으로 도착했다.
흰색 면 티셔츠, 배번판,
아이들이 열광한 핑크퐁 지비츠,
야외 달리기를 위한 선크림까지.
작지만 알찬 구성에 아이들은 기대감으로
들썩였고 이미 달릴 준비 완료였다.
사실 우리 첫째는 평소에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도는 아이.
그래서 이 대회 소식을 듣고 “무조건 해야 해!”라고
외쳤을 만큼 신청 과정부터 진심이었다.
대회 당일. 5월의 햇살은 제법 뜨거웠지만
공기는 선선했고 참가한 가족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오전 일찍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가족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이곳저곳 부스에서 간식과 물을 나누어주며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도 하고
아이들은 고티링 던지기, 키링 만들기 같은
체험 행사도 즐기며 출발 전부터 활기를 더했다.
10시 30분, 개회식이 시작되고 11시 정각
드디어 마라톤이 출발했다.
4km의 코스. 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
하지만 1500명의 어린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의지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첫째는 아빠와 함께 그야말로 질주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전체 10등 안에 완주했다!
15분 만에 도착했다는 그 소식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나는 딸과 손을 꼭 잡고 걸었다.
페이스는 느렸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함께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고티 스티커도 받아 붙이며
천천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완주했다.
이 대회엔 귀여운 마스코트 ‘고티 염소’가 있었다.
탄자니아에 보내질 그 염소를 상징하는 캐릭터.
염소 한 마리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그곳에선 큰 희망이 되어 퍼져간다니
이제 아이들은 기부라는 말이
단순한 단어 이상으로 다가오게 되었을 것이다.
달리는 중간중간,
남편이 찍어준 사진엔 딸아이의 웃음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반면, 아들과 아빠는 너무 빨리 달려
카메라에 담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함께 걸었던 이 시간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날,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달렸고
스스로를 위해서도 달렸다.
기억에 남을 2024년의 어린이날.
빨간 염소 한 마리와 함께
아프리카에 작은 희망을 전했다는 자부심,
가족이 함께 이뤄낸 성취감,
그리고 웃음으로 완주한 4km.
달리기란, 단지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함께 달리며 나눔의 의미를 배웠고,
서로를 기다려주는 마음과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발걸음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날, 아이들은 내게 말했다.
“내년에도 꼭 또 하고 싶어.”
그리고 나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또 달리자.”
가슴이 뛰는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발걸음으로.
그리고 그 발걸음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희망으로 남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