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삶의 자리를 찾는 중입니다
이 글은 제주살이를 결심하고 집 하나 구하기까지 산 넘어 산의 연속이었던 현실적인 과정을 기록한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세 번의 당일치기 제주 비행, 수십 통의 전화, 열 곳 넘는 집 탐방, 아이들 학교와 마을 분위기까지 꼼꼼히 발로 확인한 2주의 기록. 시작은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일념의 마음 하나로 밀어붙인 무모한 결심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삶을 다시 세우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제주살이를 해보자.”
그 결심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내려졌다. 어떤 곳이 좋은지 나쁜지는 그 땅을 직접 밟아보기 전엔 알 수 없고 낯선 음식의 맛은 결국 한 입 베어 물어봐야 알게 되는 법이다. 제주 집 구하기도 마찬가지였다. 사진 속 풍경은 현실을 대변하지 않았고 부동산의 말 한마디로는 동네의 온도나 삶의 결을 느낄 수 없었다. 더는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고민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하자마자 남편의 허락을 받아 다음 날 첫 비행기에 올랐다. 고민의 소용돌이에서 과감히 빠져나와 삶의 방향을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겪은 제주 부동산 실체
솔직히 처음엔 인터넷으로도 집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맘카페, 네이버 부동산, 중개사무소 블로그까지 샅샅이 뒤지며 사진만 보고 괜찮아 보이는 집 몇 곳을 추려냈다. 위치도, 구조도, 햇살 드는 방향까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모든 게 달랐다. 사진엔 없던 건축 폐자재가 마당 앞에 널브러져 있었고 마당이라던 곳은 자동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주차장이었으며, 도보 5분 거리라던 편의시설은 도로를 두세 번 건너야 닿는 거리였다. 그제야 알게 됐다. 집을 고른다는 건 구조나 가격보다 그 안에 나의 삶이 담길 수 있는지의 문제라는 걸. 그리고 그건 발로 뛰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스스로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도만으로는 동네 분위기를 알 수 없고 주소 하나 들고 차 없이 걸어보자니 제주의 길은 너무 낯설고 헛헛했다. 결국 부동산의 도움이 절실했다. 문제는 부동산이 늘 친절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연세요?”하고 되묻거나 “그 예산에는 구할 수 없어요.” 하고 말을 흐리는 사람들 혹은 주소만 툭 보내고 “직접 가보세요”라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 이들도 있었다. 집 찾아 삼만리, 너무 지쳤지만 결국 살아 있는 매물은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야만 만날 수 있었다. 제주라는 공간, 낯선 동네에서 진짜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시 전화를 걸고 직접 가봐야 했다.
사진은 보여주지 않는다. 동네의 공기, 길의 결,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의 리듬을. 그래서 결국
내가 살아갈 공간은 직접 눈으로 보고 다리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주 집 구하기 현실적인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제주도에서 흔히 말하는 연세집은 1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월세처럼 매달 부담은 없지만
초기 비용이 크다 보니 집을 고르는 기준이 훨씬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알아본 기준은 이랬다. 1,000만 원대 연세집은 대부분 기본 구조만 갖춘 노옵션 매물이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시외 지역에 많고 생활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다. 2,000만 원대는 풀옵션 매물도 꽤 많아진다. 가전·가구를 포함해 바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며 학교나 마트 같은 생활 기반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3,000만 원 이상은 위치, 옵션, 뷰까지 다 갖춘 프리미엄급 매물이다. 대부분 깔끔한 타운하우스나 신축 단독주택이었다. 옵션도 중요하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까지 갖춰진 풀옵션은 보통 노옵션에 비해 연세가 약 300~500만 원 정도 더 높다. 하지만 내가 짐을 줄이고 가볍게 이주하고자 한다면 이 비용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 지역도 고민해야 한다. 제주시 중심지는 교통, 병원, 마트, 배달 등 모든 인프라가 탄탄하지만 연세는 비싸고 집은 좁은 경우가 많다. 애월·구좌·조천처럼 풍경 좋은 지역은 뷰와 여유로움은 좋지만 인터넷 속도, 배달 가능 지역, 교통편이 불편할 수 있다. 특히 학교 등하교 거리와 대중교통 유무, 주변 이웃 분위기까지도 꼭 체크해야 한다. 사진만 보고 결정하기엔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결국 발로 뛰어야만 했다. 이곳 제주에서 집을 구한다는 건 어디서 살지를 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집을 고를 때 단순히 예산, 구조, 옵션만 볼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아이들의 학교였다. 제주살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처음 겪는 낯선 환경이다. 그래서 학교와의 거리, 동네 분위기, 통학길의 안전함은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이 되었다. 실제로 나는 아이들이 다니게 될 학교 정문에 서서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주변 분위기를 지켜봤다.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모습, 마을 사람들의 인상은 어떤지, 작은 마트는 얼마나 가까운지 등등 꼼꼼히 체크했다. “이 길을 아이들이 매일 걷게 될 텐데.” 그 생각 하나로 동네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특히 제주도는 같은 초등학교라 해도 마을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읍·면 단위로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더욱 직접 발로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학교가 마음에 들어도 집이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불편하면 아이들도, 나도 하루하루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는 집을 고르기 전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먼저 정하고 그 학교 주변에서 집을 찾는 방식을 택했다. 이건 내가 제주살이를 준비하며 내린 가장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삶의 공간을 고른다는 것
제주살이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여정이었다. 나의 삶도, 아이들의 삶도. 조금 불편해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고 싶었다.
물론 2주 만에 내가 계약한 집이 100% 완벽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며 고르고 또 골라낸 괜찮은 집이다.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충분히 필요한 조건을 갖춘 공간이었다. 모든 일은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해 본 후의 후회가 하지 않고 남은 후회보다 훨씬 낫다. 이번 선택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 경험 자체가 내 삶을 한 발 앞으로 밀어주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행복한 아이로 자라는 일은 단지 웃는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함께 바람을 맞고, 흙을 밟고, 삶의 속도를 나누는 일이었다. 다음 3화에서는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왜 제주였는지 그리고 왜 아이들과 함께였는지를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