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침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제주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시간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간다.
이전엔 늘 해야 할 일에 쫓기듯 눈을 떴다.
아이들 등교 준비, 출근길, 도로 위의 시간들.
하루는 분주했고 마음은 늘 쫓기는 듯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창문 너머로 새소리가 먼저 하루를 열고
커피를 내리는 손길도 조금은 여유로웠다.
빨래를 널고 마당을 쓸고 텅 빈 집안에 혼자
앉아 있는 이 시간—
예전 같았으면 사치라고 느꼈을 이 고요함이
이제는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제주에 와서도 참 기특하다.
밥을 차리는 것도, 치우는 것도 함께하고
해 질 무렵이면 배드민턴 치러 가지고 한다.
책상 앞에만 앉혀두지 않아도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움직이는 모습이
더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더 여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육지에 있을 때보다 웃음꽃이 많이 피고
숙제로 스트레스받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정말 놓치고 있던 건 뭘까?
성적, 시간표, 계획표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이런 평범한 저녁, 아이들과 함께 배드민턴
치고 코코 데리고 산책하는 등 평범하지만
여유로운 모습이 아닐까.
제주살이는 여전히 낯설고 가끔은 막막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생활비에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하루 괜찮아지고 있다.
하루가 너무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에서
지금은 하루를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게 잘 살고 있다는 말의 진짜 의미라면
이 선택은 분명 잘한 일이라고
오늘은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제주 와서 나는 오로지 오늘에 머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나온 날들에 매달리지 않고,
다가올 내일에 조급해하지 않고,
이 순간 숨 쉬는 나를 조용히 들여다보려 한다.
제주에 와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햇살이 먼저 나를 깨운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뜨
마당으로 나가 농구공을 튀기거나 맨발로 흙과
잔디를 밟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진짜 사는 거 같구나.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잠깐의 독서,
혹은 반려견 코코와의 느릿한 산책.
이따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햇살 아래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하교한 아이들과는 매실청을 담그거나
텃밭에 물을 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하루를 해야 할 일이라는 틀에 가두고 놓쳐왔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의도적으로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고 있다.
무언가를 이뤄야만 의미 있는 하루가 아니었다.
어디에도 쫓기지 않고
내가 나에게 다정해지는 그 하루가
가장 귀한 선물이란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삶의 속도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묻기 도전에 먼저 “엄마, 오늘 진짜 행복했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지금의 나는 성취보다 쉼을 선택했고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멈춰서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바라보려 한다.
매일의 하루는 그 자체로 선물이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사랑하는 아이들과 웃고 있다는 것—
그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결국은 가장 큰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