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집, 낯선 공기, 그리고 나

by Remi
나이가 더 들수록 고독은 우리의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참된 행복은 자신 안에서 혼자의 힘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아주 조용한 하루를 맞았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집집마다 마당에 차가 없는

걸 보니 동네 주민들도 모두 출근한 듯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정적 속에서

문득 이 집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텅 빈 거실에 앉아 있는데
공기까지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인기척도, 말소리도 사라진 공간이
왜 이렇게 낯설고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을까.

처음엔 그저 혼자라는 사실보다
그 정적 속에서 밀려오는 막막함과 쓸쓸함이

더 두려웠던 것 같다.
어딘가에 꼭 붙어 있어야 안심됐던 나에게
이 고요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켰다.



며칠 전 펼친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혼자 있는 법을 익혀라.”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오직 자신의 고독 안에 생겨난다.”

제주에 와서야 이 문장이 가슴 깊이 와닿기 시작했다.

육지에 있을 땐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다.
시간에, 관계에, 좋은 엄마라는 역할에.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고 고요는 오히려 불편하고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소리를 듣게 된다. 억눌렀던 감정들, 외면했던 질문들,
늘 미뤄두기만 했던 내 마음의 상태까지.


혼자는 외로운 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고독은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누구의 기대도 받지 않고
아무 설명도 필요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그렇게 조금씩 나를 회복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예고 없이 외로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조용한 제주집에서

정적이 내려앉은 아침마다 나는 깨닫는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가는 지금
나는 외로움 속에서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야 비로소
오롯한 나의 숨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삶이 바빠서 고요를 밀어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런 시간은 사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고요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언젠가 꼭 한 번쯤은 필요한 여백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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