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이 지나고 쓰는 이야기
작년 초, 나의 30년 후를 상상한 레쥬메를 작성해서 멘토님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감사한 자리가 있었다.
그때 내가 작성한 레쥬메는 '기술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 트렌드 연구자'가 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랬더니 멘토님께서는 단박에 '그건(기술적 예측) 너의 영역이 아니다. 너의 인생 목표는 그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자꾸 너를 기술자로 define해서 어거지로 레쥬메를 들어 맞췄는데, 니 인생의 목표는 그게 아니야. 니가 무슨 기술자야. 니 인생의 목표는 화려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의 꿈은 더 크게 갈 수 있어. 테크니션으로 너의 인생이 그냥 끝날 것 같지 않아. 나는 훨씬 니가 멋있는 사람이 될 거 같거든? 내가 Gut feeling이 있어.
그러기 위해 해야할 일이 있어. 많은 사람 만나고 바깥으로 나와야 해. 너 그렇게 안에 있으면 안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살아. 많은 사람들 만나는 게 지금 해야할 일이야."
"얘가 저렇게 우리 앞에서는 기술, 테크니컬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람 마음 움직일 만큼 되게 스토리텔링 잘하는 애거든. 근데 그걸 본인이 약간 겉껍데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본인이 느낀 뭐가 있겠지. 근데 그 자질을 버리지 말라구. 좋다니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그런 능력이 되게 뛰어나. 더 큰 비젼이 나올 것 같애."
"니가 껍데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니 인생의 목표일 가능성이 커. 사람마다 운명이란게 있어. 약간 운명적으로 넌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 나쁜 의미 아니고 좋은 의미로. 너는 잔재주가 좋아. 지금은 20대라서 아직 잘 안보이는데 커리어 고민보다는 사람들이나 좀 만나고 살아. 지금보다 조금 더 열리면 좋을 것 같아. 좀 더 열면 훨씬 좋을 것 같아."
멘토님께 이 피드백을 들을 당시만 해도, 나는 20%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기울이고자 했던 노력의 방향이 전혀 아니라며 틀렸다고 하셨고,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고치고 싶은 단점들을 멘토님이 보시기엔 버릴 것이 아니라 그게 재능이라고 해주셔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메타인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나만 있고,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피드백을 들을 때 나는 너무 충격적으로 느껴졌기에, 들었던 내용을 한자한자 직접 내용을 다 손으로 옮겨적으며 당황했던 감정을 해소하고 멘토님의 말씀을 해석하고자 했지만 말씀의 의미가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씀부터 행해보자하고 마음을 먹었다.
첫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조금 더 열린 태도로 먼저 다가가기'를 2023년의 마인드셋으로 정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자리면 일단 가려고 노력했다. 2023년은 진짜 최선을 다해서 멘토님의 그 한 문장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앨범 속 수많은 단체 사진들이 그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다.
2024년의 지금의 나는 확실히 멘토님께서 말씀해주신 방향으로 신기하게도 따라가고 있다. 딥하게 기술을 파는 게 아니라, 테크 트렌드를 얕고 넓게 전반적인 흐름과 이해를 따라가는 정도로만 유지하면서 기술자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있다. 내가 버리고 싶어했던 나의 얕은(?) 모습들은 나의 유연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바꾸어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다.
둘째, 나의 비전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미래에 대한 큰 기대나 포부가 없었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면서 삶과 일 모두 재밌으면 좋겠는 정도(?)가 나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멘토님은 그게 아니라면서 나의 꿈이 더 크게 갈 수 있다고 더 큰 비전이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비전에 대한 고민은 이후로도 쭉 해왔지만 대체 나는 무슨 비전이 있는 사람일까 전혀 모르겠었는데, 얼마전 태국 방콕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힌트를 얻고 방향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점점 구체화하고 실행해가고 싶다.
그 피드백을 듣고서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기록하고 싶었다.
5년 뒤, 10년 뒤에 이 피드백을 다시 보면 어떻게 좀 더 와닿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