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백남준 - 구보타시케고

아쓰

by Poison After Feeling

나의 사랑 백남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예술가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백남준을 꼽겠다. 말 그대로 나의 사랑 백남준.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천재형 인간이다. 내 타투는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2개분의 분량을 가진 아티스트가 남준이다.


<나의 사랑 백남준>은 남준 본인이 아니라 남준의 아내였던, 본인도 비디오 아티스트인, 구보타 시케고가 써낸 책이다. 남준의 인생과 작품을 본인이 아닌 그의 어쩌면 가장 가까운 존재가 써 내린 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가령,

‘사랑을 나눌 때면 그가 남몰래 사준 향수 [‘마이 신’]을 뿌리라고 요구한 것도 그의 독특한 취향이라면 취향이었다. 그가 원하니 뿌리기는 하는데, 기분은 좀 묘했다. ‘나의 죄? 나와 사랑하는 게 죄라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와 같은 구절을 보면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는데, 요게 아주 또 별미다. 상당히 TMI이긴 해도 이런 다분히 사적인 이야기를 또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남준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바지를 내린 사건이 있었는데 세간에서 이거 또한 행위 예술의 일부이다라고 해석을 내놓았지만 구보타 시케고는 단순 사고였다곸ㅋㅋㅋㅋ 거의 단정 지어 버린 점도 재밌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너무나 일본인인데,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점이 국뽕 차오른달까…? 남준과 그들의 형제는 한국에서 무지 잘 사는 집이었고 전쟁이 났던 시기에 다들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남준 역시 일본에서 플렉서스 예술계에 들어가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했다. 이후 독일, 미국 등 다양한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는데 한국인이 그 옛날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다. 물! 론! 부자라는 특권을 갖고 전쟁통에 한국을 떠나 활동한 것은 최큼 괘씸하기는 하나… 쨋든 결론적으로는 한국 예술가로 세계에 반열에 올랐으니 어찌어찌 용서해 보기로 하자.


한편으로는 또 그렇다. 사람은 여러 레이어로 정의할 수 있다. 구보타 시케고는 일본인, 여성, 작가다. 남준과 동일하게 행위 예술을 시작으로 미디어 아트까지 함께했는데, 어찌 보면 그녀는 항상 남준의 그늘에 있었다. 혹은 남준 덕에 빛을 보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가장 큰 수식어는 ‘백남준의 아내’였다. 만일 내가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끝없는 좌절감에 빠졌을 거 같다. 말년에는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반신 마비가 되어 그를 간호하냐고 한 세월을 보냈다. 뛰어난 예술가의 아내가 되는 것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겠지만 뛰어난 예술가의 예술가 아내로 살아가는 건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백남준은 누가 뭐라 해도 짱짱맨이지만 나라도 구보타 시케고를 남준의 아내가 아닌 한 명의 비디오 아티스트로 기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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