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2 - 김호연

예쓰

by Poison After Feeling

1편으로부터 1년 반이 흘렀음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들과의 불화로 답답해하던 선숙은 점장이 되었고, 편의점을 팔자고 조르던 염 여사의 허세 가득한 아들 민식은 사장이 되었다. 독고의 후임, 곽 씨가 그만두고 새 야간 알바가 들어오는데 커다란 덩치와 부담스러운 행동이 독고를 생각나게 한다. 황근배라는 이름 대신 홍금보라는 별명이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달고 일하는데 독고와는 달리 수다쟁이 st로 손님들과 동료들에게 치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자신을 호구 같다 생각하는 취준생, 코로나 거리 두기로 장사가 안돼 매일 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는 근처 정육식당 사장, 엄마 아빠의 잦은 다툼에 상처받는 고등학생 등등... 1편과 다름없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근배가 이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처음엔 ‘오지랖’으로 여겨지지만 ‘호의를 지닌 진심’은 결국 상대에게 전달되면서, 서

서히 그들을 변화시킨다.


비교 암, 걱정 독.. 그렇지만 불안함도 필요해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덩치도 크고 행동은 굼뜨고 인기도 없고 공부도 별로 못하는 근배에게 항상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였다. 나는 뭐가 될지, 엄마 없이 혼자 살 수 있을지, 사람 노릇은 하며 살 수 있을지 등등 걱정 부자였던 근배는 걱정이 들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하대가 있더라도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하대는 상대방의 시선에서 나온 비교였고, 비교를 거부하자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담담하게 대응하는 그를 사람들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현재의 일에만 집중하니 걱정들을 실재하지 않는 허상에 불과했다.


나의 20대 역시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20대로 돌아갈 기회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근데 10대로는 돌아가고 싶음.. 처음엔 프리랜서의 삶이 좋았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갈수록 프리랜서의 삶이 힘들었다. 방송을 하지 않는 날이면 월급이 줄었고, 방송이 많은 날이면 월급이 늘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삶은 늘 불안했다. 친구들은 출퇴근 지옥을 피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는 나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다 보면 나를 찾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그렇다면 자연스레 수입은 줄어들게 될 테니까. 프리하지만 프리하지 않는 삶이 프리랜서였다. 고정적인 월급이 있는 직장인을 부러워하는 프리랜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랜서를 부러워하는 직장인, 서로가 서로의 삶을 비교하며 부러워했다. 친구들의 상황과 내 상황을 비교하고 걱정하다 보니 어느새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를 옥죄어왔다.


"저를 꾸준히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만든 원동력은 항상 불안함과 초조함이었어요"
_한혜진


하지만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을 했다. 그 결과물들로 인해 여러 제안이 들어왔고, 현재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때의 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 길이 맞나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누군가와 비교를 하고, 걱정을 하고,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동굴 속에만 갇혀있는 것은 결국엔 나를 파괴하는 행동이기에. 그때의 불안함을 견뎌왔기에 현재의 나는 안정적이며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불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더 노력하고 삶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불안이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감정인 것처럼. 다만, 과한 비교와 걱정, 불안은 책에서 나온 것처럼 내 삶에 암이자 독이니 뭐든 적당한 것이 중요하겠지..!


결국엔 해피엔딩

힐링소설이기에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에 편의점 주인인 염 여사의 아들(민식)까지 정신 차리는 게 너무 갑작스럽다고 느껴지긴 했다. 사업을 하다가 말아먹고, 이혼당하고, 또 사업을 하겠다고 엄마에게 편의점을 팔고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난리를 치며 엄마 집에 얹혀있던 망나니 아들이 엄마의 치매 초기 증상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물론 이 과정에서 근배의 위로와 누나와 매형의 만행-편의점과 집을 팔고 피부과 건물 사는데 보태라는 일-이 있긴 했지만... 독고처럼 역지사지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이없는 행동이었는지 느낀 걸까? 아무튼 엄마를 달달 볶던 아들이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이렇게 180도 바뀔 수 있다고? 역시 가족의 병은 누군가를 개과천선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인 걸까? 그러기엔 그다지 착한 아들도 아니었으면서… 엄마가 반듯한 사람이었다는 게 그나마 변화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던 것일까..


"수다만 떨어도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의욕이 생기는데! 어쩌면 민식에게 필요한 건 이런 여유를 나눌 친구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간 등장인물들도 다 주인공의 말에 변화했으니까…. 납득이 되기도… 나는 그냥 엄마를 힘들게 하는 민식이가 싫었나 봄ㅠ 아무튼 해피엔딩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받아들여볼게요.. 어떻게 민식이까지 사랑하겠어, 해피엔딩을 사랑하는 거지.


1편의 떡밥 회수도 이뤄지는데, 1편에서 독고의 이야기로 연극 대본을 쓰던 인경은 마침내 완성한다. 알고 보니 근배는 독고의 역할로 캐스팅된 연극배우였고, 독고의 삶을 경험해 보려 편의점 알바를 지원한 것이었다. 코로나로 밀리고 밀리던 인경의 연극은 드디어 올라갔고, 연극을 보기 위해 ALWAYS 편의점 사람들은 총출동한다. 가족들을 만나러 멀리 떠났던 독고도 인경의 연극을 보기 위해 참석한다. 잠깐의 등장이지만,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너무 반가웠다ㅋㅋ 편의점 사람들의 추억과 행복한 기억이 담긴 연극을 마지막으로 글은

끝난다. 요즘같이 각박한 사회에 따뜻한 해피엔딩… 너무 좋네요… 우리 모두의 인생도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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