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츠지 히토나리1

예쓰

by Poison After Feeling

2024년 12월 31일, 하루 종일 집에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충동적으로 쿠팡 플레이를 결제했다. 유튜브에서 가끔 추천 영상으로 뜨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보기 위해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다. 홍과 준고는 우연히 출판사 직원과 작가로 만나게 되는데, 준고가 일 때문에 한국에 온 잠깐의 시간 동안 지난 연애를 회상하며,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을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을지, 그들의 결정을 지켜보는 내용이다. 달달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은데 왜 나는 굳이 2024년의 마지막 날,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이 드라마가 생각났던 걸까?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6부작을 단숨에 다 보았다. 역시 파워 과몰입러. 생각보다 여운이 더 많이 남는 드라마여서 원작 소설과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졌다.


20년 전에 나온 소설이라서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여전히 일본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최홍의 할아버지, 일본인과의 결혼은 금기시하는 분위기 등... 소설을 읽다 보니 드라마 각색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다든가, 일본인 남자친구와 동거한다는 이유로 한국인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든가, 이런 부분은 과감히 다 잘라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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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믿으세요?


홍이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우연히 준고의 도움을 받으며 두 사람은 처음 만난다. 책에서는 호수에서 어떤 아이와 부딪히고 물건을 떨어뜨린 홍의 물건을 주워주다가, 드라마에서는 역사 앞에서 떨어뜨린 홍의 물건들을 주워주다가.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준고와 홍은 우연히 서로의 인생으로 들어갔다. 책에서는 한눈에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았고, 드라마에서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어쨌든 두 사람은 필연이자, 운명이었다.


“그런 거 있잖아. 그냥 사랑하게 되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좋아하게 되는 거.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좋아지게 되는 사람.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아 이게 사랑이구나...’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먼저 알게 되는 그런 사람.”
<연애의 발견> 13화


읽으면 읽을수록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 생각났다. 역시나 드친자 답죠?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여름과 태하는 5년 동안 뜨겁게 사랑하다가 각자의 이유로 헤어지고 만다. 그로부터 5년 뒤, 여름은 하진과 결혼 생각을 하던 중, 우연하게 태하와 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연애의 발견>의 내용이다. 요약하니까 뭔가 비슷해 보이지만 이건 아주 로코 그 자체임! 여름이에겐 태하가 그랬고, 홍에겐 준고가 그랬다. 그냥, 이유 없이 사랑하게 된 사람. 이것저것 계산하고 밀고 당기고 그런 거 없이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그 사람 하나만 있다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지던 사람.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 너와 함께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어디든.”


그렇게 홍과 준고는 주변 시선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불같이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사랑만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영원한 사랑? 그런 건 없어 (홍의 시점)


“잘못은 너희가 했는데 우리는 오십 년이 넘도록 너희를 쫓아다니면서 사과해라, 사과해라 하고 있는 것도 너무 웃겨. 너처럼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 너희 일본 사람들한테!” (책)


“제발!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안 돼? 네가 잘못한 게 맞잖아! 네가 날 신경 안 쓰고 혼자 내버려 둔 게 맞잖아! 내가 몇 번을 말해? 제발 혼자 내버려 두지 말라고. 여긴 외국이고 난 네가 없음 혼자란 말이야. 왜 날 이렇게 혼자 내버려 두고 외롭게 만들어!” (드라마)



시대적 배경이 달라 대사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책과 드라마 모두 근본적인 이별 이유는 ‘고독’ 때문이었다. 홍은 준고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동거를 택했지만, 함께 있어야 할 공간에 홍은 늘 혼자였다. 준고는 학비를 본인이 벌어야 하는 탓에 아르바이트를 끊임없이 해야 했고, 현실에 치여 사느라 준고에게 홍은 2순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상대의 사랑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불안감과 쓸쓸함이 커진다. 홍 역시 그랬다. 점점 커져가는 외로움에 지쳐가던 중 한국에서 안 좋은 소식(책: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 / 드라마: 집안의 부도)까지 듣게 되었다. 준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저녁 약속을 했던 그날, 준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던 그때, 준고는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허탈해하는 홍에게 준고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출판사 작가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라. 허탈하고 허무했다. 날카롭게 나간 말들이 서로를 찔렀다. 영원한 사랑을 꿈꿨지만, 영원한 사랑 같은 건 헛된 꿈이라는 걸 깨달은 홍은 이별을 고했다. 준고가 없으면 혼자 오롯이 견뎌야 하는 타지에서의 지독한 외로움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겠지.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못하는 사람과는 더더욱. 영원한 사랑은 있다고, 우리의 사랑만은 특별하다고 굳게 믿었지만, 모두 헛된 믿음이었다. 그들의 끝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똑같은 이별이었다.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외로움’의 사전적이 뜻이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니 말이다. 하지만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문제다. 둘이 있는데 혼자라는 느낌이라니... 분명 내 옆에 누군가가 있는데 쓸쓸함이 느껴진다니... 그만큼 비참한 것이 없다. 천천히 말라서 죽어가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 진짜 정말 짜증 나거든요. 홍은 고독을 잊기 위해 혼자 달리고 또 달렸다. 어쩌면 땀을 흘리며 온몸으로 울었을 지도. 새벽 러닝을 하는 과정에서 홍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는데 그때조차 준고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홍의 드라마 대사만 보면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약속을 해놓고 말없이 늦게 들어온 준고 탓입니다... 저 날뿐만 아니라 준고는 연락을 받지 않는 날이 허다했고 그게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것일 뿐... 준고에게는 손가락이 없었을까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을까요?!? 전화할 시간 없으면 문자라도 하라고요... 연락할 시간 없다고 하는 거 진짜 화나요^^? 10분이 걸려, 1시간이 걸려!!!! 오늘도 급발진;



늦은 후회 (준고의 시점)


‘자니...? 자는구나... 잘 자...’ 이별 후에 따라오는 말은 ‘후폭풍’이다. 바로 저것이 후폭풍의 가장 대표적인 밈이고. 왜 사람들은 항상 떠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걸까. 있을 때 잘해야지 왜 사라지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 걸까. 준고 역시 그랬다. 홍이 떠나고 나서야 생각보다 홍이 더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깨달

앗다. (책 속에서는 혐한반일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던 시대라 홍이 더더욱 힘들어했다.) 다정하게 대해달라던, 내 편이 되어달라던, 홍의 말을 뒤늦게 떠올리며 후회했다. 아니 어쩌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했을지도... 준고는 학비를 벌기 위해, 작가 지망생으로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홍과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요롭게 지내기 위함도 있었지만, 목적이 어찌 되었건 준고는 홍에게 깊은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고, 그러한 행동은 결국 홍을 잃게 만들었다. 준고와 홍은 젊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고, 사랑보다 뛰어난 것은 없으며, 마음보다 깊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마음의 거리는 멀어졌고, 관계는 삐걱거렸다.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이내 무너지게 만들었다. 홍이 떠난 뒤 준고에게도 고독이 찾아왔다. 홍이 빠져나간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아침을 함께 맞이하던,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던 홍은 더 이상 없었다. 준고는 펜을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홍과의 뜨거웠던 사랑을, 눈부시게 행복했던 날들을, 가슴 시린 아픔을, 홍이 떠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을 기록하겠노라. 말보다 글이 더 편했던 준고는 기나긴 문장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써 내려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쓴 반성문은 책이 되었다. 그리고 믿었다. 이 책이 언젠가는 홍에게 닿을 것이라고.


그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일까. 준고와 홍은 우연히, 또 운명처럼 출판사 작가와 직원으로 만났다. 준고는 이제라도 홍과의 오해를 풀고 싶었으나 홍은 그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홍의 냉정한 태도에 준고는 망설였지만, 다신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번엔 용기를 냈다. 홍의 집 근처에 있는 호수로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에서

홍이 러닝을 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언제 올지도 모르는 홍을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마침내 러닝을 하는 홍을 발견했고, 달리고 있는 홍의 옆에서 준고도 달리기 시작했다. 러닝을 좋아하지 않았던 준고는 홍이 떠난 뒤 매일 달렸다. 매일 달리면서 그녀가 자신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느꼈던 외로움을 달리기를 통해 메웠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홍은 혼자 달렸지만, 지금의 홍은 준고와 함께 달리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준고는 홍의 마음에 다가섰고, 마침내 홍의 고독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글이 아닌 말로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그때 널 외롭게 해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드라마 기준)


준고는 오랜 시간 홍을 그리워했고, 홍은 오랜 시간 준고를 미워했다. 미워하는 것도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이니, 그들은 헤어졌지만 헤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헤어져 있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힌다고 하는데, 이 두 사람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홍은 민준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사랑은 아니었다. 민준은 좋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집이 가장 힘들 때 도와줬기에 그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뿐. 다들 마음 한구석에 묻고 사는 사랑 하나쯤은 있을 테니, 홍도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을 땐 상관없는데 눈에 보이면 또 말이 달라지거든요... 또다시 운명처럼 마주한 준고를 홍은 외면하려 했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잊으려 애써왔던 옛 추억이, 깊숙이 묻어뒀던 마음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고독'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건 작가님의 마음이 변해서가 아닌가요?
- 아뇨, 제 마음은 변한 적 없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준고의 말에 홍은 무너졌다. 영원한 사랑을 꿈꿨지만, 결국 찾아온 이별로 헛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홍아, 난 너만 있으면 돼. 약속할게. 절대 널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그 어떤 순간에도 난 절대로,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민준은 홍의 고독을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민준에게서 ‘외롭게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홍은 깨달았다. 그 말은 민준이 아닌 준고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민준아, 내가 그 사람보다 너랑 먼저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너랑 결혼을 해서 아이를 셋쯤 낳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왔으면 나는 또 이렇게 가슴이 내려앉았을 거야. 그 사람이 가고 너도 떠나면 난 혼자 남겠지만, 혼자 남는 게 무서워서 널 속일 순 없을 것 같아. 너를 정말 좋아하니까.”


민준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기에, 홍은 민준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것은 민준에게 더 상처일 수 있겠다 싶어서. 너무나 착한 민준에게 티끌만 한 희망도 주지 않기 위해 엄청 날카로운 말로 이별을 고한다. (이 장면이 아주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ㅠㅠ)


준고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러닝하고 있는 홍을 찾아와 사과한다. 홍은 ‘아니라고, 실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었다고 말한다. 준고가 홍의 고독을 이해 못 했던 것처럼 홍 역시 준고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이별이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픈 아이러니죠. 사랑이 지나간 후에야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늘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후회도 더 깊게 남는 거 아닐까요?”



홍과 준고는 너무 깊이 사랑해서 오랜 시간 동안 깊게 후회했다. 사랑 후에 서로에 대해 이해했고, 멀리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결코 헤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재회를 암시하며 책/드라마는 끝난다.


‘그 어떤 현명함도 사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채쓰가 말했는데 딱 이 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아팠으면서 왜 굳이 또 만나는 거야... 이제는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안정적인 상태이니 다시 잘 만날 수 있으려나... 이 재회가 실수일지, 아니면 정말 영원한 사랑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 것이니 개인적으로는 영원한 사랑이었으면 좋겠네요. 부탁이니 제발 오래오래 행복해주십쇼...


설렘 vs 편안함, 그것이 문제로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홍의 엄마가 민준과의 결혼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 홍에게 했던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꾸만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기대가 커진다. 그러나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반복되다 보면 지치고... 그러니 적당히 좋은 사람을 만나 마음고생 하지 말고 살라는 말이겠지. 결혼한 친구들도 항상 말한다. 설렘이고 뭐고, 결혼은 현실이라고. 그러니 좋은 사람이면 일단 만나라고. 머리로는 너무 알겠는데 이 나이를 먹고서도 나는 아직 덜 자랐나 보다. 여전히 설레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아직도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걸 보면. 홍과 준고의 재회를 보고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응원하는 모순적인 사람인 걸 보면. 12월의 독서 모임에서는 엮으면 뭐든 다 운명이라며 엮을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운명은 아니잖아요? 제주도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뭐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신을 차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나 강력한 도파민을 맛보았지 뭡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건은 벌어졌고,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으니, 난 또 바보같이 기다려본다. 어딘가에 있을 내 운명을. 기나긴 인생에 낭만 하나쯤은 있어도 되잖아요? 너무나 큰 도박인 걸까요? 그래도 친구가 반찬 해준다고 했으니까 그나마 덜 외롭겠지 뭐... 고맙다 친구야... 나는 제육볶음 좋아해...



연애사 이제 그만 써야지 했는데, 2025년 첫 책부터 장렬하게 실패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멜로무비>를 연달아 보며 이전 연애를 곱씹게 되어버렸으니까... ‘나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나도 여전히 그 시간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등등 아주 우울해져 버림... 올해의 목표가 연애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목표

에 한걸음 멀어진 것 같다. 아주 슬픈 결말이군요.



1 공지영 작가는 '홍의 시점', '츠지 히토나리 작가는 '준고의 시점'을 썼다. 2권의 책을 한 번에

써서 분량이 많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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