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든 기본

by Renaissance

기본을 지키자, 기본이라도 해라 등 기본은 달성하기 쉬운 목표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기본을 지키고 살아가는 게 어려운 것임을 깨닫는다. 과연 기본은 쉬운 것일까?


30대 중후반까지는 운동을 하다 어딘가 불편함을 느껴도 쉬다 보면 낫겠지 하고 넘어갔다. 생각해 보면 20대에 복싱할 때부터 언제나 왼쪽 어깨가 안 좋았다. 30대엔 하필 어깨를 많이 쓰는 스포츠인 서핑을 좋아하게 돼서 왼쪽 어깨 통증은 만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이 40에 역도에 꽂혀서 스내치와 클린을 연습하다가 어깨가 너무 아프게 됐고, 쉬다 보면 낫겠지 했지만 세월이 야속하게도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다가 재활을 해볼까 생각하게 되었고, 지인에게 소개받은 곳 가격을 보니 한번 세션에 10만 원에 열 번 이상 받아야 차도가 있을 거라고. 즉 어깨 재활을 위해 100만 원을 넘게 써야 한다는 얘기다. 종합소득세를 간편장부로 신고하는 사람이 100만 원을 어깨에 쓰기엔 무리가 있다. 뭐든 독학부터 해보는 성격이라서 재활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만물의 보고 유튜브에 재활 운동을 찾는데 어깨 통증의 원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깨에 개입하는 근육의 종류를 찾은 후 내가 못 쓰는 근육이 뭔지 파악한 다음 해당 재활 영상을 찾아서 따라 해 보는데 금방 낫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신나게 다시 역도를 하다가 또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다시 재활 영상을 따라 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 몸 균형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어깨 통증을 제외하곤 운동하면서 문제가 된 적이 없기에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 한발 들고 오래 버티기나 피스톨 같은 운동을 잘했기 때문에 균형적으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재활 운동을 따라 하면서 여기가 아프면 이 영상을 봐라, 이 동작을 따라 하다가 어디가 아프면 이 영상을 봐라 하는 식으로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 내 몸의 불균형이 심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어깨뼈는 동그란 형태가 소켓에 딱 맞게 끼여있는 형태인데 어 어깨뼈 위치가 어긋나 있다던가 날개뼈 위치가 잘못되었다던가 골반 경사와 척추 정렬의 영향도 받는다. 어깨 재활의 핵심은 어깨를 올바른 위치로 돌려놓고 팔을 움직일 때 쓰여야 할 근육이 제대로 일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거다. 나는 전거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무려 40년 동안!!) 골반 전방경사를 고중량 운동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고친 적이 있는데 골반만 신경 쓰고 등은 신경 쓰지 않아서 날개뼈가 펴지지 않아 거북목이 여전했던 것이고 어깨가 아팠던 것이다. 재활 영상을 보면 몸을 제대로 정렬하기가, 뼈와 근육을 올바른 위치에 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된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문제없이 살아가다가 40년이 지나게 되면 슬슬 고장이 나는 것이다.


올바른 자세로 가만히 서 있기, 올바른 자세로 걷기, 올바른 자세로 앉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유튜브에 찾아보고 따라 해 보시라. 내가 쉽다고 생각하고, '기본이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내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 이 것을 대입해 보자. 내가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 있는 것들. 계약을 했으면 계약서를 따라야 한다던가,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 한다던가.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 안 지켜지는 곳에 있다면 계속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곳은 시간이 지나면 무너지게 되어있다. 내 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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