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을까 길까

by Renaissance

간단한 질문이다. 인생은 짧을까 걸까. 당연히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답은 달리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생각하면 너무 빨리 지나갔으니 짧다고 느낄 것이지만, 통장 잔고를 보며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인생이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음을 두려워했고 따라서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니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 모아둔 돈을 탕진하여 영화를 찍는 것 등. 그런 기준에서 보면 인생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내 주변에서 나처럼 사는 사람은 나 뿐이었으니까.


타투를 생각해보자. 도대체 왜 그런걸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을 제외하고, 관심은 있지만 당연히 하면 안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한정하여 얘기를 해보자. 나는 첫 타투를 이십대 후반에 했다. 지금이야 패션 타투라는 말도 있지만, 당시엔 정말 문신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그래서 타투이스트들이 그 편견을 줄여보고자 문신 대신 타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타투를 하니 주변에서 하루에 관심 있던 이들이 모두 연락이 왔다. 아프냐, 어디서 했냐, 후회 안 하느냐 등등. 단연 후회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늙어서 후회할 것 같지 않느냐고. 나는 그 말이 항상 웃기다고 생각했다. 너는 도대체 너가 몇 살까지 살 거라고 가정하고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사람은 별의별 이유로 죽는다. 그 중에 자신은 예외일 거라는 강력한 믿음은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타투에 대한 태도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길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인생이 한 500년 되면 후회가 무서워 타투를 안 할 수도 있겠지. 근데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을 살면서 후회할 걱정을 하다니.


이런 식으로 인생을 길다고 가정하고 하는 행동이 짧다고 가정하고 하는 행동보다 훨씬 많다. 대학의 과를 결정하는 것도, 직장을 결정하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인생을 길다고 가정하고 한다. 회사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만둘 수 있냐, 두렵지 않냐 고 했던 주변인 중 아직 본인의 첫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은 없다. 버티기만 하면 임원까지 갈 것 처럼 생각했던 이들이 지금은 다 다른 곳에 가 있다. 본인이 그 회사를 10년도 다니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나에게 그만두는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길다고 가정하고 투자를 하고 돈을 아낀다. 평생 구두쇠로 살았던 외할아버지는 한 집에서 60년을 살으셨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본인이 죽을 것을 모르시고 유서도 써놓지 않았다. 겨울이면 발바닥이 시려운 구옥에서 유서도 쓰지 않고 살았던 할아버지의 유산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돈을 다 숨겨놓고 있는 줄 부인도 자식도 몰랐다.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아득바득 모으셨을까. 여든살이 될 때까지 유산에 대해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으신 것도 아마 당신은 백 년은 당연히 사실 줄 아셨던 걸까.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고 사는 내가 중년이 되니 더욱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바심이 난다. 노후 준비를 하나도 해놓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이 길다고 생각하고 노후준비만 하다가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죽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금까지 산 만큼 더 살면 죽게 될 것이다. 병에 걸리면 그것보다 더 빠를 것이고. 전쟁이 나거나 자연재해로 죽을 수도 있다. 만약에 건강하게 살아남는다면, 뭐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있지 않을까. 대책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 짧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렇게 산다. 짧다고 생각하고 살아갈지, 길다고 생각하고 살아갈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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