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est 등잔 밑

by Renaissance

역도에 꽂혀 헬스장에서 역도를 연습하다 어깨를 다친 후 몇달 동안 어깨 재활에 힘써왔다. 온갖 이론과 재활운동을 섭렵하고 할 수 있는건 다 해봤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재활의 근본은 근육과 뼈를 올바른 위치로 보낸다는 것을 상기하며 내 몸을 살펴보았다.


어렸을때 무리한 고중량 운동을 하다가 허리가 아작날 뻔 한 적이 있다. 주변에 보디빌딩을 오래 한 사람들 중 허리디스크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나는 절대 허리 문제를 겪고 싶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18시간을 앉아있는 생활을 하다보니 허리가 아파왔고, 운동하면서도 아프지 않았던 허리를 회사생활을 하며 박살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꽤나 억울한 심정이었다. 물리치료를 받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물리치료비만으로 월급의 반이 나가는데 차도가 없자 화가 났다. 허리 문제로 평생 고생한 동기가 본인이 다니는 한의원을 추천해줬고, 그 한의원에 가서 원인을 알게 되었다. 허리가 문제가 아니라 내 햄스트링이 짧아진게 문제였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햄스트링이 짧아져 허리에 통증이 오는 것이라고. 점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직립보행 인간은 그 부작용으로 대부분 골반 전방경사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다른 헬스인들을 반면교사 삼아 허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 회사생활로 짧아진 햄스트링을 늘리기 위해 골반 교정에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골반 위치는 문제가 없다.


어깨 재활 과정 중에 어깨뼈와 날개뼈를 올바른 위치로 갖다 놓는 운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깨 위치도 문제가 없다. 내 서 있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가며 분석을 하는데 거북목이 눈에 들어왔다. 왜 교정운동을 그렇게 했는데 거북목이 있는거지?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그런가보다 해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목근육 운동을 루틴에 추가했다. 서 있거나 걸어다닐때 계속 거북목 교정에 신경을 썼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어깨재활 운동과 거북목 교정 운동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경과를 기록하는데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큰 돈 써서 재활치료사님을 뵈러 가야 할 타이밍인가 하는데 내 눈에 듀오백이 들어왔다. 회사 생활하면서 허리가 아프자 큰맘먹고 비싸게 주고 산 의자였다. 듀오백은 오히려 허리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자료를 본 적도 있지만 아까워서 바꾸지 않고 놔둔 거였는데, 큰맘먹고 듀오백을 버리기로 했다. 는 페이크고 버리지는 못하고 집에 있는 다른 의자에 앉아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거북목이 고쳐졌다. 재활운동을 하면서 항상 놀라는 이유가 내가 신경쓰지 않고 있던 부분에 조금만 노력을 가하면, 한마디로 원인만 제대로 찾으면 차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어깨 문제가 나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은 드디어 스내치를 가벼운 무게로 들 수 있게 되었고, 이 정도로 회복한 것에 기뻐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몇달 간 씨름했던 문제의 원인은 내 앉은 자세였다. 거북목 문제는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모두가 거북목이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햄스트링 때문에 앉은 자세를 고쳤기 때문에 내 앉은 자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체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니 앉은 자세를 교정하지 않으면 재활이 될 리가 없다. 등잔 밑이 이렇게나 어둡다.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원인을 눈 앞에 두고 애꿎은 것만 고치려는 경우. 낮은 출산율은 모든 지표가 부동산 가격이 원인임을, 서울 집중화가 원인임을 가리키는데 열심히 다른 원인만 찾고 있는 것처럼. 분명히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게 있을 것이므로. 애써 보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그런 사고가 고착화되어 진짜로 근원이 보이지 않게 되거나. 그런 것들이 더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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